너의 마음에는 | EP.02 낯익은 회피의 복도
주제: ‘괜찮다’로 덮어온 습관들
역할: 마음을 지키기 위해 만든 가장 얇은 벽
마음의 첫 방 앞을 지나면
누구에게나 꼭 하나씩 있는 복도가 나타난다.
이 복도에는
유난히 자주 쓰인 말들이 벽처럼 붙어 있다.
“괜찮아.”
“별일 아니야.”
“이 정도는 다들 참잖아.”
우리는 이 말들을
위로라고 배웠고
성숙함이라고 믿었고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익혔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반응을
'회피적 정서 조절'이라고 부른다.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로는 감당하기 어려워
잠시 옆으로 밀어두는 선택이다.
그래서 이 복도는
비겁해서 생긴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오래 버텨온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낸 통로에 가깝다.
문제는
이 복도가 너무 익숙해졌을 때다.
ㅡ
우리는 슬플 때도 “괜찮다”고 말하고,
서운할 때도 “그럴 수도 있지”로 넘긴다.
화가 날 때조차“내가 예민한가 봐”라며
자신의 감정을 먼저 의심한다.
이런 말들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보호받는 대신
점점 얇아진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어 보이지만
속에서는 감정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복도에 서성인다.
방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완전히 사라지지도 못한 채로.
그래서 우리는 가끔
아무 이유 없이 지치고,
설명할 수 없이 예민해지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
갑자기 마음이 무너진다.
그건 약해져서가 아니다.
너무 오랫동안
복도에서만 숨 쉬어왔기 때문이다.
ㅡ
우리는 이 복도를 없애려는게 아니다.
다만, 이렇게 묻고 싶다.
이 “괜찮다”는 말이
지금도 나를 지켜주고 있는지,
아니면
느끼지 않기 위해 너무 자주 사용해
자동 응답이 되어버렸는지.
복도는 방으로 가기 전
잠시 숨을 고르는 공간이다.
영원히 머물 곳은 아니다.
오늘은 그 사실만
조용히 알아두어도 충분하다.
'당신이 괜찮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 역시
이미 이 복도의 끝에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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