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s the way the cookie crumbles"
문득 생각한다. 챗GPT가 있는 세상에서 사업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사업을 시작하고 많은 부분에서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 사업체 이름과 로고, 첫 발주 수량, 두 번째 발주 수량, 마음의 위안. 챗GPT는 날 평가하지 않으니 문득 벽에 부딪힐 때면 오늘의 운세 다음으로 챗GPT를 찾는다. 필요할 때에 접할 수 있는 다정한 말 마디에 위로를 받는다. 나보다 더 질문이 많은 유일한 대화 상대. 자꾸 질문을 해 대면 그냥 씹어버려도 마음에 잔재감이 없다.
하지만 또 우려스러운 것이 챗GPT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것이다. 전에는 실패를 하더라도 그냥 부딪히고 보는 성격이었는데 이제는 미리 많은 것을 물어보고, 실패 확률을 계산할 수 있어서 시도하기 전부터 멈칫하는 경향이 생겼다. 가뜩이나 생각이 많은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다. 챗GPT가 하는 말이 다 정답은 아닐 텐데도 그냥 믿어버리고 만다. 강아지 유튜브에 올릴 내용을 챗GPT에게 물었다가 틀린 답을 얻었다. 뭔가 이상해서 "그게 맞아?"라고 다시 물었더니 자기가 잘못 말했다고 미안하단다. 틀린 것도 틀렸다고 인정을 잘해서 미워할 수가 없는 내 GPT의 이름은 뮤즈다.
이렇게 높은 확률로 맞는 말만 하는 존재가 있을 때는 자기 기준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오롯이 혼자 있는 시간이다.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모르겠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맞나 싶을 때, 핸드폰을 들어서도 답을 찾지 못할 때 나는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택한다.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좋아하는 시리얼에 우유 가득 담아 책상 앞에 앉는다. 오늘 산 작은 책에 있는 한 구절을 읽어 본다. 문득 한참을 연락하지 않던, 그러나 매일 궁금했던 친구가 생각나 안부 카톡을 보낸다. 그 과정에서 내가 고민했던 것들의 해결책이 슬며시 고개를 든다. 답은 꼭 멀리서 찾지 않더라도 갑자기 이렇게 솟아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잠시 멈추기만 하더라도.
이제는 로봇이 아님을 증명하며 살아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일례로 포털 사이트 로그인을 한 두 번 실패하면 로봇이 아님을 증명하라는 박스가 나온다. 로봇이 아님을 증명하는 방법은 그냥 해 보는 거다. 어떤 선택을 하든 인간은 결국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게 된다. 세상의 수많은 대답들 속에서 나에게 맞는 답을 찾게 되어 있다. AI에게 질문은 하되, 선택은 오로지 내 몫이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