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부적응자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도시 都市
일정한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많이 사는 지역.
부적응자 不適應者
일정한 조건이나 환경 따위에 맞추어 응하지 못하는 사람.
차를 타고 달리다 내가 문득 '도시 부적응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색 빛의 건물들이 즐비한, 매캐한 매연 냄새와 소란스럽게 울리는 클락션, 웅웅 거리는 기계 소리... 이전에 살던 곳보다 이런 소리들을 부쩍 잦게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오고서 더욱 그렇다. 그런데 도시 부적응자라는 단어가 있었던가...? 있을 법하다고 생각했는데 검색해 보니 없다. 내가 최초로 이 단어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에 조금 놀랍기도 하다. 그만큼 다들 도시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 증거일까.
사실 아예 시골로 가지 않고서야 다 도시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도시 부적응자'의 '도시'는 이렇게 정의하고 싶다. '자연과 동떨어져 있어 구역의 80% 이상이 건물과 포장도로로 이루어진 곳'. 빼곡히 들어선 건물들 사이로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차와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정신없고 답답하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나를 도시 부적응자라고 생각한 이유는 여럿 있지만 증상을 3가지로 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집 밖을 나서길 좋아하는 편인데 좀 더 도시로 이사 온 뒤로는 집을 나가기가 싫어졌다. 둘째, 풀과 나무가 가득한 곳을 미디어로 보면 당장이라도 자연에 둘러싸인 곳으로 떠나고 싶다. 셋째,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사람이 붐비기로 유명한 곳은 절대 가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도시 부적응자라고 해도, 도시에 살고 있는데 언제까지 부적응자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당장에 거주지를 수도권과 떨어진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래서 도시라서 좋은 점들을 찾고자 한다. 아니, 조금 더 명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동네에 정 붙이기 프로젝트다. 이사 온 지 1년이 지난 지금도 이전 동네를 그리워하고 있는 나에게 그리움보다 이곳에서의 즐거움을 더 느끼게 하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누군가도 도시에서의 삶을 버거워하고 있다면 도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