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적응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
이전에 내가 살던 곳은 경기도의 끝자락이었다.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남쪽 1호선 끝쪽에 가까운 동네. 아파트 주변엔 논과 푸르른 하늘이 있고, 단지 내 편의점 1개가 전부였던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을 좋아했던 것은 동네에 정이 든 장소들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언제든 방문하면 다정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들 말이다.
아무래도 도시일수록 오래된 노포 느낌의 장소보다는 새로 단장한 곳, 혹은 프랜차이즈들이 많다. 지역의 특색이 묻어나기보다는 요즘 유행을 바짝 좇으려 애쓰는 곳들이라 느껴진달까. 그런 곳은 내가 느끼기엔 특별한 점이 없다. 마음이 크게 가진 않지만 가볍게 들릴 수는 있는 곳, 대체 가능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곳 보다 나는 세월이 묻은 곳, 혹은 마음이 가는 다정한 곳을 좋아한다. 힘이 들 때 다녀오면 위로가 되는 곳.
이사 온 동네를 돌아다니다 오래된 간판의 닭꼬치 집을 발견했다. 이름은 '원조 닭꼬치'. 어릴 적 살던 동네의 정육점 맞은편엔 작은 닭꼬치 집이 있었다. 엄마가 고기 심부름을 하러 정육점에 들린 날엔, 솔솔 풍기는 닭꼬치 냄새에 그냥 집에 갈 수 없었다. 1 꼬치에 1,500원이었는데 당시에 이 가격으로 떡볶이 3컵을 먹을 수 있던 터라 '비싸다'라고 생각해 자주 사 먹을 수는 없었다. 냄새를 맡고 침만 꼴깍 삼키며 언제일지 모르는 다음을 기약하고 집에 돌아온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다.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도 닭꼬치를 여전히 좋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 동네의 닭꼬치 집이 자꾸 생각났다. 닭꼬치를 파는 가게는 흔치 않기에 더욱이.
해가 아직 떠 있던 저녁, 퇴근한 남편과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가게로 향했다. 손꼽아 기다린 만큼, 기대감에 부풀어 가게에 들어섰다. 기쁜 마음으로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내내 베실베실 웃음이 났다. 곧이어 숯불 향을 가득 입은 닭발과 염통, 닭꼬치가 한 판에 담긴 모둠 메뉴가 나왔고, 한 입을 먹자마자 "여기 또 오자!"라는 말을 뱉게 했다. 아무래도 술집을 겸해 소란스러움은 감안해야 했지만 '이런 가게를 한 두 곳만 더 발견해도 이 동네가 좋아지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던 첫 공간이었다. 동네에 어떤 공간을 더 이상 못 간다고 생각하면 이사 가기가 싫어진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라며 나는 오늘도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