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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경 Oct 12. 2024

얼음 정수기

그제, 고작 3년 사용한 냉동실의 아이스메이커가 작동하지 않았다. 무슨 원인인지 모른 채 기사님을 불렀고, 아이스메이커 부품 교체 작업이 들어갔다. 부품비가 7만 5천 원... 가격을 듣고 적잖이 놀란 나는 기사님께 물었다.


"보통 이런 경우가 흔한가요...? 구매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경우가 흔하지는 않죠. 가전 as무상 기간은 일반적으로 1년이긴 합니다만..."


10년은 거뜬히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줄 알았던 냉장고에 예상치 못한 비용이 들어간다니. 무엇이 원인이 되었는지를 생각해 봤지만 그저 추측일 뿐이다. 어쩔 수 없이 교체 작업은 진행되었고, 경과를 지켜보기로 하며 기사님은 떠나셨다. 다음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이스박스에 얼음이 차 있는 것을 보며 안도하기도, 허탈하기도, 조금은 억울하기까지 했다.


'제품 뽑기를 잘못했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고장이 난다고?'

'추측한 원인이 또 발생해서 또 고장이 난다면...?'


여러 생각을 빙빙 돌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전이 꼭 10년 간 아무런 탈이 없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태어나 기고, 걷고, 말하는 모든 것도 '이 때는 해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하지만 그게 당연한 것이 아니듯이, 이번 일도 그럴 수 있는 일 중에 하나였던 것이다. '다른 것들도 다 그랬으니까 이것도 그래야만 해'라는 생각을 나에게도 자주 적용하는 것 같다. 다른 사람도 이 때는 했으니까, 다른 사람도 하고 있으니까 나도 적어도 이때까지는 해야 해. 냉장고 고장을 경험하면서 누군가 그랬으니 나도 그래야 한다는 생각은 그만두어도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다 같을 수는 없고 같을 필요도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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