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아를 찾아서 : 진짜와 허상

알렉산더 에크만 <해머>

by 아트 서연
알렉산더 에크만의 <해머> 중 1막


총 2막으로 구성되어 있는 알렉산더 에크만의 <해머>는 상반된 두 개의 세계가 등장한다. 1막은 공동체 지향적인 이상세계, 2막은 sns 발달로 인해 가식과 허상이 판을 치면서 포장된 자아로 페르소나를 쓰는 가상현실을 풍자한다.


안무와 연출이 충격적이어서 그렇지 작품 자체는 직관적이어서 이해하기는 쉽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 작품을 쉽게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역시나 고전발레에 익숙한 내게 상상을 초월하는 컨템포러리 무용의 연출기법은 아직은 내가 소화하기가 힘들었는지 알렉산더 에크만의 작품 두 편을 보고나서 과부하가 단단히 걸리는 바람에 그게 발레작품으로까지 영향이 가 한동안 발레감상을 소홀히 했음을 고백한다.


이상적인 공동체 사회를 묘사한 1막에서는 각각 컬러풀하면서도 개성있는 옷차림을 한 무용수들이 개성넘치는 춤을 춘다. 그러면서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서로 협동하고 상부상조를 하는 공동체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다. 이처럼 개인으로서의 자아를 지키면서도 따뜻한 공동체를 지켜나갔던 개인들이 점점 광기어린 모습으로 변모하면서 관객석에 난입하기 시작한다. 객석에 침입한 무용수들은 서로 자기 어필을 하면서 사진을 찍어달라고 강요한다.



알렉산더 에크만의 <해머> 중 2막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sns의 과도한 발달로 인해 거짓된 자아가 지배하는 가상세계가 등장한다. 그리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목격했던 일들을 이 작품의 영감으로 삼았다는 알렉산더 에크만의 일화와 안무가의 말을 옮겨본다.


스웨덴 출신의 안무가인 알렉산더 에크만은 휴가차 들른 그리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관광객 중 한 명이 카메라를 꺼내자마자 다른 관광객들도 카메라를 의식하는 모습에서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모두 카메라를 들고서 스스로 감시당하는 시대를 에크만은 *"자기 자신을 향해 카메라를 들이대는 시대, 그 안에서 인간이 느끼는 감정과 혼란을 작품 속에 담고 싶었다"고 했다.


오직 소수의 스타들만이 카메라 세례를 받았던 이전과는 달리 sns발달은 모두가 연출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었다. 모두가 관종이 될 수가 있고 자기 이미지를 꾸며내는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똑같아지는 것을 안무가는 춤과 무대연출로 날카롭게 폐부를 찌른다. 안무가는 극도의 개인주의 시대에 살면서도 오히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가상공간에서 만들어낸 허상에 매달려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에서 "진짜 자아가 있을까?" 하는 질문을 작품 속에서 녹여냄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안무가는 거짓된 자아라는 껍데기를 깨부숴야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타인과 연결될 수 있다는 자신만의 철학을 감상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엘지 유플러스에서 이 작품을 처음 봤을 때 안무가가 지나치게 sns라는 가상현실에만 집중해서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었다. sns라는 공간 자체가 사진 한 장만 올려도 올린 사람의 이미지가 왜곡되어 전달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딸아이의 말을 옮겨본다. "엄마, sns의 본질은 광고와 이미지야. 그걸 잘 활용하는 사람들이 sns의 본질을 꿰뚫는 거라고."


반대로 평소에 sns를 과도하게 비판하는 사람이 알고봤더니 사실은 가상현실에 그 누구보다도 매달리는 사람인 경우도 있었다.


안무가 역시 자기자신도 여기로부터 벗어나기 힘들다는 고백을 인터뷰에서 밝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고민하면서 나름 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모두들 진짜와 허상을 구분하면서 허상을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오히려 사회적 가면을 쓰는데, 나는 이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시기는 갓난아기 시절밖에 없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으로 사랑받을 수 없는 것이 인간사회의 본질이다.


sns를 떠나서 원래 사람은 자아가 굳어지거나 한쪽으로 편향되어 발달하면 자신의 에고로 인해 방어기제가 형성되면서 자기자신과 마주하기가 힘든 존재이다. 이때 팽창된 자아는 자신의 진짜 모습과 분리되면서 괴리감이 생긴다. 내면의 진짜 모습과 팽창된 자아는 일치하지 않으면서 진정성없는 존재가 된다. 간혹 어르신들 중에 굳어진 자아로 인해 젊은이들과 소통이 안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자신의 에고를 내려놓아야 자기자신을 진정성있게 마주하면서 사람들과 우호적으로 감정적인 친밀감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을 안무가가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나름 내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https://youtu.be/iplhTFfPZhs?si=pBc8Mo_z8OntAT1d

https://youtu.be/juKRA1NqRbA?si=r0GatIIFY2dGSzXR



알렉산더 에크만의 또다른 작품 <백조의 호수>. <해머>도 충격적이었는데, 이 작품은 더 충격적이었다. 심지어 엽기적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상상 이상의 창의성과 무대연출은 인정한다. 그리고 고전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백조의 호수>는 여전히 끝나지 않은 이야기이다. <해머>를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서 이 작품의 감상문은 패스한다.

https://youtu.be/w5GnDZno_zU?si=OSmqxVewnrpn4oDK





<인용한 문헌 출처>

* 아시아경제 <현대무용 '해머' 안무 에크만 "이기적 자아 부숴버린다는 의미 담아"

2025. 11. 13, 박병희 기자






매거진의 이전글지베르니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