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떠나는 랜선 여행 2

지난 여행을 추억하기에 앞서

by Terry Chae

본격적인 여행기 시작에 앞서 옛날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카메라!

소싯적에 여행 좀 다녀봤다는 사람들은 누구나 고급 사양의 카메라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20년 가까이 캐논 카메라를 사용해왔다. 당연히 한 제품을 계속 쓰고 있다는 건 아니고 캐논 제품으로 세 번째 사용 중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여행이라는 것을 꿈꾸던 시절, 대학의 긴 방학 동안 한 달 이상 다녀오는 유럽여행과 함께 DSLR 카메라가 필수 코스라도 되는 양 유행했다. 하지만 고사양의 DSLR 카메라는 무게도 무게지만 가격 때문에 살 엄두를 내지 못했고 그렇다고 허접한 똑딱이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유럽여행에 나서기도 창피할 것 같았던 나는 절충안을 찾아냈다. 일반 디지털카메라와 DSLR의 중간 정도 되는 기능, 무게와 가격을 고루 갖춘 일명 high end급이라고 불렸던 카메라가 그것이다.


나의 첫 카메라는 캐논 파워샷 S3 IS 모델로 이 카메라의 최대 장점은 단연코 12배 광학줌이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줌에 집착했는지 모르겠지만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고딕 양식 건물(주로 성당)의 찌를 듯한 높은 첨탑에 있는 조각이나 문양을 관찰하기에는(물론 그 외에 다른 것도 많이 관찰했) 최적의 기능이었다.

이미지 출처 : CC BY-SA 2.5,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3456635


거의 15년 전 모델이라 (지금 기준에서) 전원 켤 때 다소 오래 걸린다거나 너무 추울 때, 몇 번 떨어뜨린 후에는 줌을 당길 때 다소 버벅거릴 때가 있다는 걸 제외하면 당시 나에겐 사용하기 충분한 카메라였다. 다만 너무 무거웠다! 500g 정도 되는 바디 무게가 잠깐 들어볼 때나 사용 초기에는 부담스럽지 않았지만 하루 종일 목에 걸고 다닐 수 있는 무게는 결코 아니었다. 그래도 근육통을 감수하고 이 무거운 첫 번째 카메라를 열심히 들고 다닌 덕에 첫 번째 유럽여행에서 좋은 사진도 많이 건질 수 있었다.

이정도 어두운 곳에서는 3초 동안 숨도 쉬지 않고 들고 있어야 흔들리지 않은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마드리드 중앙우체국


다음 카메라는 첫 번째 카메라의 연장선에 있었던 캐논 파워샷 SX10 IS였다. 두 번째 카메라를 이 모델로 선택한 것은 다른 회사의 다른 모델을 사용하면서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익히기 귀찮았던 것이 사실 가장 큰 이유였다. 특별한 후보정 없이도 구현되는 캐논 카메라만의 따뜻한 색감을 좋아했기 때문에 이후에도 나의 카메라는 계속 캐논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카메라는 광학줌이 무려 20배!!! (이때까지도 줌에 상당히 집착했다)

이미지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6516839


두 번째 유럽여행을 시작으로 8년 정도 사용했으니 이 두 번째 카메라가 제일 오래 사용한 카메라가 되겠다. 고마운 녀석!

역광도 나름 잘 잡아줌
맑은 날에는 아무렇게나 찍어도 괜찮지


세 번째 카메라는 꽤 오래 사용하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로, 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지만 카메라에 대해 본격적으로(전문적으로) 많이 알지는 못하는 지라 뭐 미러리스의 장단점을 잘 알고 이것저것 고려해서 고른 건 아니었고 단지 이제는 좀 가벼운 카메라를 쓰고 싶어서 구입하게 되었다.


캐논 EOS M10이라는 모델로 (이전에 쓰던 카메라에 비해) 작고 가볍고 작고 가볍고 가볍고… 여하튼 개인적으로 적당한 화질과 좋아하는 색감을 구현할 수 있는 카메라라서 여전히 특별한 나들이에 함께 하는 녀석이다.

현재 사용 중인 본인 카메라, 주로 단렌즈를 장착하고 있다
화질이 좋아진 건, 모를 수가 없겠군


와이파이를 통해 카메라와 스마트폰을 연동하여 언제든 사진을 옮기고 업로드할 수 있는 시대에 살다 보니 예전에 카메라에 넣는 SD카드 메모리가 부족할까 걱정하고 외장하드를 가지고 다니면서 숙소에서 사진을 옮기던 그때가 정겹게 느껴진다. 카메라뿐만 아니라 외장하드가 잘못되어 사진이 다 날아갈까 노심초사하며 소중히 품고 다녔던 기억. 지금에 와서 보면 참 불편한 일이지만 그게 당연했고 불편한 것인지도 몰랐던 그때.


기술과 함께 시대는 계속 세련되고 신속하게 발전해왔고 그 편리함을 어느 누구 못지않게 누리고 있지만 문득 예전 사진을 보며 그때의 여행을 떠올리면 투박하고 좌충우돌했던 그때의 내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2015년 유럽 3개국 여행을 시작으로 지난 여행의 기억을 불러내어 틈틈이 적어 볼 예정이다. 쉼 없이 직업 삼아 세계를 누비는 여행꾼은 아니지만 유럽이라는 곳을 꽤 여러 번 방문했던 경험과 추억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다.

이 폴더를 모두 열어볼 수 있을까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은 여행을 기록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문득 그때가 그리울 때마다 조금씩 꺼내 보려 한다. 미화로 왜곡된 기억에 약간의 정보를 가미한 여행기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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