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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연필 May 19. 2024

칼날

딜레마



항상 어울려 다니던 친구다.

친구가 웃는다.

왠지 불안하다.

웃는 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나이가 아니다.

아니지! 내가 그만큼 되는 일이 없었던 게지

아무튼 웃으면 불안하다.

뭔가 모르게 허탈해 보이는 것도 같고…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가?;


친구는 벤츠를 탔다.

날렸다.

친구는 집이 있었다.

날렸다.

친구는 주식이 많았다.

이번에 마지막 기회다 싶어서 크게 베팅을 했나 보다.

역시 날렸다.


이제 날릴 게 없다.

“이제 미련한 미련을 버리고 열심히 살기만 하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라고 위로를 하려다 말았다.

미련한 말이다!


“야! 그건 지는 게임인데 …그런 베팅을 왜 한 거야!?”

하려다 참았다.

나도 그랬었다.


그도 모르진 않았을 거다.

알고도 그랬을 것이다.


지는 사람은 항상 지는 게임을 한다.

‘칼날’을 쥐고 판에 뛰어든다.

사실은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판에 낄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


얼마 전 삼프로 티브이에서 커피 프랜차이즈의 영업이익률을 분석한 적이 있다. (세밀한 분석은 삼가고 핵심만 말하자면 이렇다)


어러 업체 중 영업이익률 1위는?

스타벅스?(10%)가 아니라 압도적으로 ’메가커피‘(50%)였다.

비결은 간단했다.

본사의 마진은 늘리고 업주들의 마진은 줄였기 때문이다.

업주들도 그 사실을 모르진 않는다.

그런데 왜 메가커피를 창업하는 것일까?

여기에도 약자의 딜레마가 숨어있다.

메가커피는 초기 투자금이 적다.

적은 돈으로도 시작할 수 있게 본사가 배려(?)를 해준 것이다.

다른 프랜차이즈에 비해서는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자본금이 적고 커피숍은 하고 싶고… 하는 많은 사람들이 메가커피를 창업했다.

적은 마진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마진율이 적으면 어지간히 장사가 되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아직은 본사가 가맹점을 늘릴 생각에 홍보도 적극적으로 해주지만

가맹점 수가 목까지 차오르면 어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지금까지 꽤 영리한 플레이를 해왔듯이 그때도 그럴지 모른다.


가맹점주들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뭐라도 해야 했기에 꿈을 가지고 그 판에 뛰어들었을 것이다.


당연한 자본주의의 논리다.

가맹점주의 마진이 높았다면 진입장벽도 높았을 것이다.


본사도 가맹점주도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 테다.


단지, 지는 사람은 항상 ‘칼날’을 잡는다.

뭐라도 잡아야 하는데 잡을 것이 칼날뿐이다.

난 무서워서 아무것도 잡지 못한다.


진심으로 그들이 상생하며 부자가 되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도 메가커피에 2000원을 헌금(?)했다.

언젠간 가맹점주도 나도 ‘칼자루’를 잡을 수 있길 기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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