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어른이란 어떻게 사는 것일까. 백상 예술 대상에서 <어른 김장하> 라는 작품 수상 소식을 듣고 어떤 분인지 궁금해서 여기저기 다큐를 찾아 본 뒤 계속해서 든 물음표이다.
진주에서 60년간 묵묵히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평생 모은 재산 100억을 들여 고등학교를 건립하시고 500억의 가치가 되는 학교를 국가에 헌납하셨다니 오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셨다. 한약서적과 의료 기록은 한의학 박물관에 남은 재산은 경남대에 기증하시면서 진정한 어른으로 걸어온 그 행보에 감히 선생님처럼 살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되짚어보게 되었다. 그 분의 발자취를 따라가다보니 나이만 어른이 아닌 내면과 행동이 어른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높은 지위와 명예를 이용해 자기 잇속만 차리고 부정부패까지 서슴치 않아 국민을 실망시키는 이들을 수없이 봐았던 우리에게 진정한 어른이라면 어떻게 살아야할지 본보기가 되어주셨다.
내가 생각한 어른이란 먼저 다른 사람의 허물이나 상처를 감싸주는 사람이다. 수영을 다니다 보면 많은 어르신들을 만난다. 그 중에선 진중하시고 과묵하신 어르신이 계신 반면 가볍고 생각 없이 함부로 말을 내뱉는 분들도 계시다.
체온 유지실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이고 있을 때였다. 어떤 분이 샤워 후에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을 때 한 어르신이 갑자기 수유를 어떻게 했냐며 어려움이 많았겠다면서 일면식도 없는 젊은 사람에게 갑자기 예민할 수 있는 신체 부위에 대해 노골적으로 말을 건네셨다. 그 분이 결혼을 했는지 수유를 했는지도 모르면서 경박하게 내뱉으신 어르신 말에 당황하며 빈약한 가슴을 수건으로 가리고는 서둘러 나가셨다. 누군가에겐 콤플렉스가 될 수 있는 예민한 부분을 상대방 감정은 무시하고 함부로 하신 행동에 주변 사람들까지 눈살을 찌푸리는데도 정작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으셨다. 민망해하는 그 분에게 대신 사과하고 싶을 정도였다. 허물을 들추고 상처를 건드리는 사람은 나이만 들었지 미성숙한 어른이다. 나이들수록 경거망동을 삼가고 품격을 잃지 말아야 한다.
어른이라면 성실하며 책임감 있고 신의를 잘 지켜야 한다. 맡은 일을 잘 해내려면 성실이 기본이다. 본분에 충실한 것처럼 믿음을 주는 일도 없다. 시간 개념 없고 일만 만들면서 깔끔하게 뒤처리 못하고 마냥 늘어지는 습관이나 약속을 할 때마다 매번 늦는 사람은 신용을 떨어뜨린다. 다른 사람 시간을 뺏는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면 끝이다. 그런 일들이 계속 반복 되면 신뢰를 잃게 된다.
주변 사람을 이용하거나 지나치게 계산적인 사람도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아니다. 자신에게 이로운 사람들은 가까이 그렇지 않으면 멀리 하고 만남을 계산하며 재는 사람들이나 겉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다.
너그러움과 겸손함도 필요하다. 너그러움은 사람을 포용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감싸주고 이해심과 용서도 너그러움에서 나온다. 너그러움이 없는 사람은 작은 실수에도 가차 없고 쉽게 분을 낸다. 돈이 많아서 학벌이 좋아서 얼굴이 예뻐서 재능이 많아서 여러 이유로 교만한 사람들도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은근히 남을 헐뜯으며 교묘하게 자기를 드러내는 사람도 피하고 싶어진다. 반면 겸손한 사람을 만나면 그 겸손함에 반해 호감이 생긴다.
다른 사람을 수용하고 배려하는 마음도 어른으로 갖춰야 할 모습이다. 잘 받아드리는 긍정적인 수용과 다른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마음을 써주는 배려는 서로 감정 상하지 않게 문제를 쉽게 해결하게 한다. 조금만 배려하고 수용하면 층간 소음부터 주차 문제 등 크고 작은 일로 이웃 간에 부딪힘을 막을 수 있다
우리 위층도 부부가 조용히 살다가 아들 내외가 애들 둘을 데리고 분양받은 집에 들어갈 2년 동안 함께 살게 되면서 조용했던 집이 시끄러워졌다. 밤에도 장난감을 떨어뜨리거나 끄는 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리고 아이들이 쿵쿵거리며 뛰는 소리도 자주 들린다. 만날 때마다 너무 미안하다고 하신다. 어린 아이들이니 뛰는 건 당연하다며 괜찮다고 말해준다. 미안함을 아는 것만으로도 배려와 존중이다.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을 늘 숙제로 생각하며 김장하 선생님처럼 감히 그 분이 걸어오신 길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내 삶의 자리에서 그 분의 가르침을 타산지석으로 삼는다면 조금이나마 진정한 어른의 모습으로 한걸음씩 나아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