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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Jan 03. 2024

짝이 있다는 것

깍지를 낀다. 

손가락이 사이로 들어와 맞물린다

모양도 다르고 길이도 다르지만, 자석같이 달라붙었다

엄지가 다른 손을 쓰다듬는다

배어 나오는 땀이 나쁘지 않다

붙잡음 사이로 촉촉함이 깃든다

눅눅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네

사이로 스쳐 지나간 바람의 양을 애정이라 부르기로 했다.     


비슷한 위치에 비슷한 흉터를 지닌 손은 서로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둘은 생긴 게 반대였다

잘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주로 쓰이는 상황도 뭐 하나 맞는 게 없다

그런데도 떨어지지 않고 평생을 함께할 손이 부럽다     


태어나자마자 짝이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그건 행복일까

권태일까 의무일까 부담일까

아닌가      


정해진 게 편하다

권태가 마음을 덜 쓴다

불안이라 쓰고 사랑이라 읽는다면

나는 몹쓸 인간인 걸까      


남은 한쪽을 찾으려고 애쓰는 순간을

혼자서 눅눅해지는 순간들을

나의 두 손이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 함께 태어났다면

그건 행복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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