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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Jan 30. 2024

염세적 낭만

현실과 이상의 괴리

너에게 새기고 싶은 말이 있었다. 사실 내 과거에 두고 싶은 마음이었다. 너는 평생 모르겠지만 나는 가장 아팠던 순간에도 너만을 생각했다. 너의 인생을 살려고 나아갈 때 나는 매번 후퇴하고 있었다.      


예민한 감각이 예리한 감정이 되지 않도록. 

너를 위함과 이기심을 혼동하지 않도록. 

내가 받고 싶은 마음을 위해

네가 해야 하는 언동을 통제하지 않도록.

나를 위하지 않는 자기검열과 

무언가 없어져 버렸으면 하는 바람.

상처 주는 것들까지 안아줄 수 없는 

원망과 자책을 한데 모아 날리며.     


낭만은 낭만인데 현실이 끼어드는 연유는 무엇인가. 현실은 이상적이고 불가능한 몽상임을 깨닫게 하지 못해서 안달이 났을까. 꿈을 걷는 이를 보는 게 싫은 건지, 걱정해서 그러는 건지. 점점 믿지 못하게 되는 나와 땅굴을 파며 찌질해지는 나는 어떻게 보여지고 버텨낼까. 싫어하는 이야기를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고 싶다. 사실 그건 내가 아니라 친구 얘기라고, 비겁하게 묻어두고 숨어버리고 싶다. 그마저도 모두 추억됨에 아픔까지 희석되는 시간이 무섭다. 시간은 흐르니 유체이고, 섞이고 흩어지니 휩쓸린다. 풍화되고 깎이고 연해진다. 현재의 나는 없어진다. 소멸을 두려워하는 작은 존재로. 흘러감을 인지할 수 없는 민물고기로. 플랑크톤으로.     

여름의 무더위를 겨울에 추억하게 됨은 필연인가.

잠자리에 누워 들춰보게 됨이란 운명인가. 

아쉬워하며 살아가기에 낭만인가.     


모든 행위에 대해 생각하고 분석하고자 하는 나는 겁쟁이다. 아니면 세속적이다. 그것도 아니면 낭만쟁이다. 멍청함을 덮기 위해 안간힘을 다할수록 드러나는 무지가 야속하다. 낭만도 현실이다. 현실은 미래나 과거가 아니라 현재다. 때문에 낭만은 현재에서만 찾을 수 있다. 과거의 영광이나 미래의 광명을 찾아 나서서는 낭만과 속절없이 멀어질 뿐. 나에게 낭만은 언제나 염세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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