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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동건 Feb 04. 2024

사실

말하는 사람과 보고 있던 사람의 대화

내가 이기적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내가 이기적이지 않은가?

 아니, 그렇지 않다.

당신은 할 수 있는 말이 그것뿐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당신과는 할 얘기가 없을 것 같다.

 아니,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당신이 먼저 말을 꺼내보라. 나는 지쳤으니.     


 당신은 이기적인가? 그렇다. 

나는 나를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남을 배려해주지 않는가? 

그렇다. 다만 늦을 뿐이다.

 당신은 자기를 챙기면서 남을 챙길 수 있는 사람이지 않는가? 

몇 번인가 시도해 보았지만 썩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았다. 난 그런 류와는 거리가 있다.

 결국 당신은 행할 능력도, 개선의 의지와 실체적인 노력도, 그러나 타협도, 대화를 마무리하지 않고 이어가려는 노력까지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했을 뿐이지만, 당신은 스스로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내게 끊임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계속 그렇게 아니라고 대답했다. 더 좋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걸 알지 않나, 당신은. 

 아니, 그렇지 않다.

또 시작이군.     


 당신의 말은, 표정은, 몸짓은 달라지고 있지만 단 하나는 변하지 않고 있다. 내 앞에 있는 당신, 당신의 존재의 물음을 나와 마주한 이래로 바뀔 수 없었고, 적어도 나는 그 물음에 당신은 절대 그런 존재가 아니라고밖에 답할 겨를이 없었다. 별안간에, 당신은 그렇지 않다. 당신도 보지 않았나.  

    

 내가 당신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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