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 특집으로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온 레스토랑이 인기다. 가수 산다라박이 청담동의 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찾은 건데, 그녀가 코스 요리를 즐기는 장면이 시청자들에게 여러모로 신선하게 다가간 것 같다. 정장을 갖춰 입고 특별한 날에나 방문한다는 인식이 강했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세미 캐주얼의 귀여운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것도 그렇고, 11가지 코스 요리에 무려 9가지 와인을 페어링하며 매 코스의 맛을 음미한 것도 그렇다. 그것도 혼자. 집 앞 백반집도 아니고 햄버거집도 아니고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혼자 방문한다는 것은 예전엔 웬만한 고수가 아니면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동안 파인다이닝 문화가 그만큼 거리감을 좁혀왔기 때문일 수도, 남의 시선은 상관하지 않고 가치 소비를 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 때문일 수도 있다. 이유가 뭐든 산다라박처럼 한번 즐겨보고 싶은 충동,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파인 다이닝(Fine Dining). 풀-코스 메뉴를 제공하는 고급 레스토랑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더 큰 의미를 담는다. 완벽하게 연출된 공간, 정교하고 공들여 만든 메뉴, 세심한 서비스 등 모든 것이 잘 짜여진 파인 다이닝을 경험한다는 것은 한 편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같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 중 하나인 먹는 즐거움을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킨 것이라 할 수 있다. 손님 없이는 완성할 수 없다는 점과 오감으로 즐긴다는 점에서 관객 참여형의 종합예술이다. 참여한 이상 할 일은 오직 한가지, 즐기면 된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생소한 메뉴명, 정중한 서비스에 주눅들 필요 없다. 어차피 그 모든 화려한 분위기와 그림 같은 음식, 절도 있는 스텝은 막이 내리면 다시 오지 않을 당신을 위한 무대이므로.
다시 산다라박으로 돌아와서, 꼭 그녀처럼 와인을 페어링해야 할까? 와인 애호가이자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서 대답은 "Yes!"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주문할 수 있는 와인 페어링 메뉴는 소믈리에가 각 코스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으로 구성한 와인 코스다. 적게는 2~3잔, 많게는 8~10잔으로 구성된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음식에 적절한 와인을 곁들임으로써, 음식도 와인도 한층 맛있어지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왕 즐길 미식의 종합예술, 좀 더 완성도 높게 즐기는 게 좋지 않은가?
물론 와인 페어링 코스만이 정답은 아니다. 여러 잔의 와인을 소화하기가 부담스러운 경우에는 글라스 와인으로 한 잔만 주문해도 되고, 온전한 한 병의 와인을 즐기고 싶다면 그렇게 주문하면 된다. 무슨 와인을 마셔야 할지 모르겠다면? 주저하지 말고 소믈리에에게 도움을 청하자. 누구보다 당신이 먹을 메뉴와 레스토랑의 와인리스트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일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