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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 Feb 07. 2024

후쿠오카 여행기 2

부지런함

여행은 나를 부지런하게 한다. 도착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았지만 온천을 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다. 한국에서부터 버스를 예매해 뒀다. 버스를 놓치면 60만 원을 버리는 것과 같다. (이 날 묵을 숙소가 60만 원 정도…) 안전하게 버스를 타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그러기 위해서 적어도 한 명은 7시에 기상해야 한다.   E가 맞춘 알람의 첫 번째 울림이 시작되자 희미하게 정신이 든다. 아침의 베개는 유달리 폭신하고, 이불의 온도는 너무도 적당해서 이불 밖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60여 초간 울리던 알람이 끝이 난다. 아침의 베개와 이불은 모두에게 달콤한 탓에 누구도 몸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 8분이 흘렀을 무렵 두 번째 알람이 울린다. 이번에는 일어나야지, 마음을 먹기도 전에 몸을 벌떡 일으킨다. 이것은 나의 기상 비법이기도 하다. 기상에서 나와의 타협은 무용지물이다. ‘하나 둘 셋 하면 일어나자. 안 일어나면 바보’ 같은 대화도 부질없다. 아침에는 바보가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대화조차 시도하면 안 된다. 그저 일어나야 한다. 벌떡 일으키긴 했지만 여전히 뿌연 정신으로 비척비척 걸어 세면대 앞에 섰다. 일단 양치를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잠이 깬다. 내가 씻는 동안 나는 물 트는 소리, 헹구는 소리, 칫솔을 놓는 소리는 자연스럽게 세 번째 알람이 된다. 어느 정도 다 씻어가면 귀신같이 알아챈 다음 타자가 걸어 들어온다. 이제 더는 아까 만큼 부드럽지 않은 이불을 정리한다. 어차피 퇴실하면 다시 정리할 이불이지만, 대게 놓고 가는 것들은 이불속에 있다. 그것들에게는 아침이 없는지 폭신한 이불에 자꾸만 숨어든다. 세 개의 이불을 나란히 정리하고 밖을 나선다. 버스를 타기 1시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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