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3박 4일 후쿠오카 여행에서 1박 2일을, 2시간 30분 거리의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은 오로지 좋은 료칸을 가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는 57만 원씩이나 지불하며 그곳에 묵었다. ‘57만 원씩이나’라고 표현했지만 그 금액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는 하다.
작은 디저트와 함께 녹차를 웰컴티로 내어주고, 전세탕에, 가이세키라고 하는 저녁식사가 코스로 제공된다. 물론 아침식사도 포함되어 있다. 비싼 숙소라서 애초에 밖을 나돌아 다닐 생각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엄청났다.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전세탕에 가기 위해 방을 나선 것 이외에는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약속한 시간이 되면 방에 있는 전화가 울린다. 서툰 영어솜씨로 지금 식사를 준비해도 되냐고 물어본다. (사실 이 전화까지도 예고해 줬다.) 우리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면 곧바로 7가지 정도 되는 코스요리를 방으로 가져다준다. (참고로 우리 방은 2층이었다.) 3명 분의 식사를 들고 올라와 매번 문 앞에서 똑똑 노크를 한다. 그럼 노크를 하기 위해서는 그 무거운 쟁반을 반드시 내려놔야 할 것이다. 방문을 열기 위해서도 쟁반을 내려놔야 할 것이다. 방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도합 두 번의 허리 굽힘이 필요하다. 비로소 방에 도착을 하면 바로 전 코스의 식기를 한쪽으로 치우고, 들고 온 다음 요리를 세팅해 주고, 또다시 계단을 내려가는 번거로움에 기가 막혔다.
우리는 저녁식사를 맛있게 먹었을지언정 편안하게 즐기지는 못했다. 갑이기보다 을이었던 경험치로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그래서 결국 저녁식사의 끝 무렵에는 그 직원이 얼마나 고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런 일은 힘들겠지만) 우리가 지불한 금액의 많은 부분이 직원들에게 돌아가기를 바랐다.
이 글을 쓰는 동안 두 가지 생각이 겹친다. ‘괜한 걱정’과 ‘어쩔 수 없음’ 언젠가 극진한 서비스를 받을 때 그들의 고됨에 무감각해진다면 그것 나름대로 슬픈 일이 아닌가. 누군가가 쓸데없는 걱정이라며 일침을 가한다고 해도, ‘나처럼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도 있어야지’ 하고 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