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 한 적 있다. 할 수만 있다면 A의 곁에서 그녀가 꾸리는 삶의 방식을 모조리 습득하고 싶다. 어떤 일은 주인도 모르게 쓰여진 명찰을 달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일은 대게 고난이다. 보통은 출처 모를 명찰을 떼어내고 말겠지만, 그럼에도 차마 버리지 못하는 명찰은 결국 그 주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떠맡은 고난의 해결방법은 불행히도 셀프다. A는 그런 식으로 고난을 떠맡았다.
A는 유쾌한 귀여움의 멋이 있다. 그의 손에 쥐어진 반짝이는 무지개색 검은 고난을 물리칠 유쾌하고도 귀여운 무기이다. 이왕 닥친 일이라면 조금이라도 유쾌하게, 기왕이면 귀엽게. 우물만큼이나 깊을 그 마음가짐이 쉽게 가늠되지 않는다.
A는 고난 속에서 행복하지 말란 법은 없다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기도 하다. 매일 저녁 반신욕을 하며 책을 읽고, 좋아하는 색으로 손톱을 칠하거나, 때때로 절에 가서 기운을 받기도 한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라는 듯이. 절대로 행복을 사수한다. 그의 삶은 이 이상 멋있을 수 없을 것이라 나는 감탄한다. 언제가 되었든 결국 내 손에 쥐어질 명찰을 들고 다시 펼쳐 볼 가장 완전한 안내서인 A. 그가 있는 한 나는 행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오늘의 편지는 사랑하는 안은영에게 보내는 글입니다.
안은영은 정세랑 작가님이 쓰신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인공이에요. 제가 닮고 싶은 용기와 사랑을 지닌 캐릭터라서 처음 본 이후로 줄곧 애정해 왔어요. 아직 보지 않으신 분이나, 영상 콘텐츠로만 접하신 분들에게 추천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