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벨소리가 시작되는 곳

by 지해랑

연화동.
지도에도 나오지 않고, 버스 노선에도 없는 작은 동네.
낮에는 조용히 아이들이 뛰어놀고 노인들이 장기를 두지만, 밤이 되면 누구도 눈길을 주지 않는 골목이 있다.
그 골목 끝에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 하나가 서 있다.

낡은 유리창은 안개처럼 흐려져 있고, 손때가 가득 묻은 수화기는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구도 쓰지 않을 것 같은 이 부스를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없애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말 때문이었다.

“자신의 생일에 단 한 번, 떠난 이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이상하게도 해마다 이 부스를 찾는 이들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수화기를 들면, 잠시 뒤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얼굴로 나오곤 했다.
동네 사람들은 더 이상 농담처럼 떠들지 않았다.
그저 부스를 스쳐 지나갈 때면, 저마다 가슴에 묻어둔 이름 하나를 떠올릴 뿐이었다.

이 부스 안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곳에 들어갔던 이들의 삶은 조금씩 달라졌다.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기도 하고, 오래 묶인 마음의 매듭을 풀기도 했다.

별무리동의 공중전화 부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리고 오늘도 또 다른 누군가의 그리움이 벨소리를 울릴 것이다.

월, 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