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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K Aug 08. 2019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변하는 순간

눈물이 왈칵 올랐다

브랜딩 수업이 끝난 오후 10시, 아들 목소리가 듣고 싶다며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평소에도 자주 통화를 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세상 누구보다 곱고 밝았다.

선물해 준 책은 재미가 없어서 하루에 4페이지씩 읽고 있단다. 역시, 한 번 하기로 한 것은 어쨌든 해버리는 엄마가 존경스러웠다. 나는 재미없으면 안 한다.

책 이야기를 하다가 하루에 몇 걸음이나 걷는지 내가 물었다. 못해도 9,000보 이상은 걷는다고 했다.

엄마는 하루에 일하는 시간과 평소 걸어 다니는 습관으로 걸음수가 많은 편이다. 그런데 한두 달 전만 해도 엄마가 하루에 걷는 양이 많다 보니, 발이 붓고 다리도 아프다고 하셨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안 걸어 다닐 것도 아니고, 일 하는 걸 하루아침에 그만둘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엄마의 스트레스 상황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다행히 <스트레스의 힘>이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책에는 호텔 클리닝 매니저들의 사례가 나온다. 침구를 갈고, 청소를 하는 호텔 클리닝 매니저들은 언뜻 보기에 굉장한 칼로리 소모를 하고 쉬는 시간도 많지 않은데 체중이 줄지도 않고 건강에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매니저들에게 청소하는 일이 어느 정도 칼로리 소모가 필요하며 화장실 청소, 침구 청소, 먼지 털기 등 세부적인 행동이 가져오는 운동 효과와 칼로리 소모 효과에 대해 교육하고 이것을 시각 자료로 만들어서 포스터로 붙여 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매니저들의 허리둘레는 줄었고 체중도 빠졌다. 나는 이 사례를 엄마에게 적용하고자, ‘걷기의 긍정적 효과’를 찾아서 한눈에 들어오는 이미지 파일을 엄마에게 보냈다.

한 두 번 보낸 것이 아니라, 엄마가 많이 걸어서 힘든 날부터 해서 평소에도 자주 보냈다.

변화가 하루아침에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처음엔 많은 걸음수를 지치는 것으로만 생각했던 엄마가 어느 날부터는 자랑스럽게 ‘오늘도 이만큼이나 걸었네!’라고 연락이 왔다.


역시나, 그럴 때마다 엄마의 꾸준함을 인정하고 격려하며 다시금 걷기의 장점에 대해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오늘은 전화가 와서 그랬다. 나는 엄마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엄마가 하루에 족히 9,000보는 걷는다고 해서 내가 ‘엄마는 내보다 건강해지겠네!’라고 말했더니 ‘노동을 이제 그냥 노동이 아니라 운동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가슴 벅차면서 울컥했다.

호텔 클리닝 매니저를 비롯해 우리 모두가 체감했듯 삶의 중요한 변화는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자기 계발서의 총론이라고 할 수 있는 <완벽한 공부법>의 1장이 ‘믿음’인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인식의 변화 자체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내 삶에서 자산, 친구, 사랑, 직업, 인식 중에서 단 하나만 바꿀 수 있다면 단연코 인식을 바꿀 것이다. 인식의 전환은 모든 변화의 출발이니까.

나는 오늘을 꼭 기록에 남기고 싶다. 엄마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진 날이다.

너무 감동받은 나머지, 엄마에게 습관 형성 프로젝트인 66 챌린지를 함께 하자고 했다. 그랬더니, 그거 하면 책 맨날 읽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신다. 자기는 바빠서 이 책 못 읽으면 어떻게 하냐고. 그만큼 책임감도 강하신 분이다.

그래서 부담을 좀 덜어드렸다. 엄마가 잘하는 걷기를 주제로 해도 되고 책은 하루에 1분 보는 걸로 해도 된다고.

엄마도 같이 하기로 했다. 이제 시간 내서 인스타 아이디도 만들어 드리고, 어떻게 하는지도 알려드려야겠다.

@66challenge_bk_park 님처럼 모자가 함께하는 66 챌린지를 시작하게 되는 것이다! (아빠랑 누나도 꼬셔야겠다)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하게 변화하는 순간은 정말이지 가슴이 터질듯한 벅참이다. 특히 그것이 함께 성장하는 변화의 순간이라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에서 나오듯 우리의 인생의 마침표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찾아온다.


그 순간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인연의 끈이 닿아있는 순간 동안 이 꼴통을 사랑으로 키워주신 부모님께 더 잘하고 싶다. 그래서 더 성장하고 싶다.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족히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도 아들이 도와주니까 이렇게 했지’라는 말하는 엄마에게 ‘어떤 순간에도 늘 끝까지 해내는 엄마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라고 전해드리고 잠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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