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에 쫄지 않는 사람들의 공통점

일은 직업이 아니라 태도로 남는다

by 덕원

2026년의 봄, 서울의 빌딩 숲에서 쏟아져 나오는 은퇴자들의 뒷모습은 흡사 패잔병의 행렬 같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꽃다발은 쓰레기통에 처박힌 지 오래고, 남은 것은 얇아진 명함 지갑과 길어진 수명뿐이다. 60세 정년은 이제 '노년의 시작'이 아니라 '중년의 생존 위기'를 알리는 공습경보다.


누군가는 공포에 질려 "재취업 자리 없나"를 구걸하고, 누군가는 "이제 진짜 내가 하고픈 것들을 해볼까"라며 눈을 빛낸다. 이 극명한 온도 차는 어디서 오는가? 자산의 규모? 연금의 액수? 아니다. 인문학과 명리학의 교차 검증 결과, 그 차이는 '자아의 정체성(Identity)'을 어디에 두었는가에 달려 있다.


정년이 두려운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명사(Noun)'에 둔 사람이다. 부장, 이사, 교수 같은 직함이 곧 자신이었다. 반면, 정년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동사(Verb)'에 둔 사람이다. 가르치다, 고치다, 해결하다, 만들다... 명사는 유통기한이 있지만, 동사는 주어가 살아있는 한 영원하다.




7801.png "옷이 날개라지만, 옷을 벗어야만 날 수 있는 새도 있다."



명리학적으로 직업과 사회적 지위는 '격국(格局)'의 영역이다.

격국은 사회가 나에게 부여한 '틀'이자 '가면'이다. 정관격(바른 관리자), 편재격(사업가), 정인격(학자) 등이 그것이다. 우리가 회사에 다닐 때는 이 '격(Frame)'이 나를 지켜준다. 회사의 이름값이 내 능력이 되고, 직함이 내 권위가 된다.


하지만 정년퇴직은 명리학적으로 '파격(破格)'의 순간이다. 격이 깨지는 것이다. 틀이 사라지고 가면이 벗겨진다. 이때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은 평생 '격'에만 의존해 온 사람들이다. '관성(Title)'이 사라지니 자신이 누구인지 설명할 언어를 잃어버린 것이다. "내가 왕년에 대기업 임원이었는데..."라는 말은,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비명과 같다.


반면, 정년이 두렵지 않은 사람들은 격국이 깨진 자리에 '용신(用神)'을 남긴 사람들이다.

용신은 사회적 틀이 아니라, 내가 휘두를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Weapon)'이자 '기능(Function)'이다.


은퇴 후에도 살아남는 사람들은 자신의 '격(직함)'을 버리고 '용(기능)'을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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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원의 인문명리학입니다.. 저는 30년간 명리학계에 종사해온 베테랑으로서 명리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통해 인간의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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