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바 & 후안 페론, 불꽃이 된 여자와 차가운 쇠를 쥔 남자의 궤적
영화 '기생충'을 보았는가. 가난은 냄새로 남는다. 아무리 비싼 향수를 뿌려도, 뼈에 새겨진 빈곤의 감각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생아로 태어나 아르헨티나의 빈민가를 전전하던 에바 두아르테의 육신에는 그 지독한 냄새가 배어 있었다. 그녀에게 세상은 언제나 닫힌 문이었다.
1944년, 지진 구호 기금 마련 축제에서 에바는 육군 대령 후안 페론을 만났다. 후안은 차가웠다. 그는 권력의 생리를 아는 노련한 정객이었고, 질서와 통제를 숭배하는 군인이었다. 헐벗고 굶주린 이들의 냄새를 씻어내고 싶었던 여자와, 절대 권력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대중의 체온이 필요했던 남자는 서로를 단숨에 알아보았다.
이것은 동화 속 로맨스가 아니다. 북유럽 신화의 오딘과 발키리처럼, 혹은 전쟁터의 장수와 그를 수호하는 성녀처럼, 완벽하게 서로의 결핍을 채워 넣은 처절한 '동일시'의 기록이다.
심리학적으로 두 사람의 만남은 보상적 자기애의 완벽한 합일이다. 사생아라는 출신 성분은 에바에게 강력한 인정 욕구와 상승에 대한 갈망을 심어주었다. 그녀는 후안이라는 권력(로고스)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했다. 반면 후안에게 에바는 자신의 내면에 결여된 치유와 감성(에로스)을 상징하는 '아니마(Anima)'의 투사체였다.
후안은 '데스카미사도(Descamisados, 셔츠 없는 자들)'라 불리는 노동 계층의 지지가 필요했다. 에바는 기꺼이 남편의 그림자이자 확성기가 되기를 자처했다. 에바는 헐벗은 자들을 보며 자신의 고단했던 옛 그림자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빈민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릴 때, 그것은 정치적 연기인 동시에 과거의 자신을 향한 절절한 위로였다. 개인의 깊은 상처가 가장 강력한 정치적 도구로 치환되는 순간이었다.
명리학의 차가운 시선으로 이들의 궤적을 짚어본다. 후안 페론은 잘 벼려진 칼, 즉 금(金)의 기운이 강한 사내였다. 군인 특유의 절도와 대중의 지지(인성)를 권력(관성)으로 설계해 내는 관인상생(官印相生)의 치밀함을 지녔다. 하지만 쇠는 차갑고 무겁다. 온기가 없으면 사람들은 쇠 곁으로 모여들지 않는다.
그때 에바라는 화(火)가 나타났다. 에바는 오월(巳月)의 맹렬한 태양처럼 뜨겁고 화려한 식신생재(食神生財)의 기운을 품은 여인이었다. 낡은 질서를 태워버리고 약자를 대변하려는 그녀의 상관(傷官) 기질은, 차가운 후안의 금(金) 기운과 정면으로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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