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서 다 망친 걸까

불같은 성격도 재능이 될 수 있다

by 덕원

회의실 문을 거칠게 닫고 나온 직후, 혹은 연인에게 날 선 비수를 꽂고 돌아선 밤. 끓어오르던 피가 차갑게 식으면서 어김없이 짙은 후회가 밀려온다. "아, 또 참지 못했어. 내가 다 망쳐버렸어." 현대 사회에서 분노는 가장 무능하고 파괴적인 감정으로 취급받는다. 우리는 화를 내는 순간 '루저'가 되며, 감정 조절에 실패한 미성숙한 인간으로 낙인찍힌다. 그래서 우리는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미소를 짓고, 끓어오르는 불길을 꾸역꾸역 위장 속으로 삼켜 넣는다.


하지만 심리학의 차가운 메스와 명리학의 그로테스크한 투시경으로 이 '분노'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진실이 드러난다. 당신이 화를 내서 관계를 망친 것이 아니라, 그 맹렬한 불길을 가둘 용광로를 짓지 못해 불똥이 튀었을 뿐이다. 당신의 그 불같은 성격은 질병이 아니라, 억압을 거부하는 가장 원초적인 '생명력'이자 남들이 가지지 못한 폭발적인 '재능'이다.




7071.png "입을 틀어막으면 몸이 비명을 지른다. 참는 것은 미덕이 아니라 자해다."



심리학은 인간이 화를 내는 기저에 '인지적 왜곡'과 '방어기제'가 있다고 분석한다.


세상을 흑백논리로 재단하거나, 타인의 의도를 멋대로 넘겨짚는 독심술의 오류가 충동적 분노를 낳는다는 것이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시선은 더 뼈아프다. 그는 분노가 통제력을 잃은 결과가 아니라, "타인을 통제하거나, 타인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주체가 아주 적극적으로 선택한 무기"라고 보았다. 즉, 화를 내는 사람은 자신의 열등감이나 콤플렉스라는 연약한 속살이 건드려질 때, 그것을 감추기 위해 맹렬하게 짖어대는 방어기제를 작동시킨 것이다. MAOA 유전자 변이처럼 생물학적 취약성이 뇌의 제동 장치를 느슨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서늘한 심리학적 진단을 명리학은 육체와 기운의 생생한 충돌로 묘사한다.

명리학과 한의학에서 분노는 단순히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목(木)' 기운의 파업이다. 나무(木)는 위로 뻗어 나가며 감정을 소통하고 발산하는 '소설(疏泄)' 기능을 담당한다. 그런데 현실의 엄격한 규율과 억압을 뜻하는 쇠망치, 즉 '금(金)'의 기운이 나무를 가혹하게 내리칠 때(금극목), 기운은 위로 뻗지 못하고 간(肝)에 맺혀 썩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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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원의 인문명리학입니다.. 저는 30년간 명리학계에 종사해온 베테랑으로서 명리학과 인문학의 융합을 통해 인간의 삶을 더욱 입체적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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