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원금이 끊기는 순간, 상권의 사형선고는 시작된다

by 김영기

​한국의 로컬 상권은 지금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기존 질서 자체가 흔들리는 구조적 전환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는 소규모 점포의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악화시켰고, 플랫폼 중심의 온라인 소비 확산은 오프라인 상권의 존재 기반을 위협한다.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상권을 살리려 애써왔다. 보도블록을 새로 깔고, 화려한 조형물을 세우며, 지역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냉정하게 질문해 보자. 그 수많은 지원 사업이 끝난 뒤, 자생력을 갖추고 살아남은 상권은 과연 얼마나 되는가?


​1. 지원 중독(Support Addiction)이라는 병증

​우리는 화려한 핫플의 탄생과 몰락을 반복해서 지격해 왔다.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될 때만 반짝 활기를 띠다가, 지원이 끊기는 순간 급격히 식어버리는 현상. 이는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가 아니다. 외부 재원에만 의존하며 스스로 생존하는 근육을 키우지 못한, 이른바 지원 중독(Support Addiction)의 결과다.

​수혈만으로 환자를 살릴 수 없듯, 정부 지원금은 일시적인 진통제일 뿐이다. 이제는 '얼마를 더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스스로 벌어 경영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이 고민의 부재가 결국 젠트리피케이션과 상권 공동화를 가속화하는 본질적인 원인이다.


​2. 왜 지금 상권 자립을 말해야 하는가?

​지금 이 시점에 지원 없이 살아남는 법을 화두로 던지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권을 둘러싼 환경이 지속 불가능한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첫째, 인구 구조의 변화와 소비 행태의 전환은 과거의 보조금 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둘째, 상인회 중심의 기존 거버넌스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다. 이제는 건물주, 상인, 전문 기획자, 그리고 기업이 책임과 이익을 나누는 새로운 형태의 경영 기구가 절실하다.

​일본의 에어리어 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나 미국의 BID 모델은 민간이 주도할 때 상권이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선례다. 하지만 이를 한국에 그대로 이식할 수는 없다. 우리만의 부동산 소유 구조와 법제 환경에 맞는 한국형 자립 모델에 대한 논의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3. 지원에서 경영으로, 프레임의 전환

​본 연재는 단순히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쓰인 글이 아니다. 지난 50년간 이어져 온 한국 상권 정책의 한계를 냉철하게 짚어보고, 실질적인 대안으로써 상권 자립 경영 기구(SLMO)의 도입과 민간 재원 기반의 기금 설계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 ​정부 예산 없이도 상권 스스로 기금을 만드는 메커니즘

○ ​건물주와 상인이 갑을 관계를 넘어 파트너가 되는 구조

​기업의 자원과 전문 인력이 상권에 유입되는 혁신적인 모델

​이 글들은 상인들에게는 생존의 지침서가, 정책 입안자들에게는 혁신의 보고서가 될 것이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떤 지원을 받을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상권은 어떻게 경영될 것인가?" 그 치열한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연재를 통해 하나씩 풀어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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