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의 함정을 넘어 경영으로 나아가는 지역 재생의 문법
동네 상권을 걷다 보면 왜 어떤 거리는 갈수록 활기가 넘치고, 어떤 거리는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어도 공허한지 의문이 생긴다. 그 차이는 상권을 현상을 유지해야 할 관리의 대상으로 보느냐, 아니면 가치를 창출해야 할 경영의 주체로 보느냐에서 발생한다. 특히 일본의 에리어 매니지먼트(Area Management, 이하 AM) 사례는 한국 상권이 마주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그동안 한국의 상권 활성화 정책은 수많은 운영에 집중해 왔다. 보도블록을 깔고, 축제를 여는 일들이다. 냉정하게 말해 이것은 비즈니스가 아니라 유지보수에 가깝다.
운영(Operation)이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소모하며 현상을 유지하는 기술이라면, 경영(Management)은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만들어내고 미래의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 예술이다. 상권을 경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거리를 깨끗하게 만드는 수준을 넘어선다. 상권의 10년 뒤 정체성을 고민하고, 그 색깔에 맞는 상점들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는 MD 전략을 수립하며, 상권 전체를 하나의 강력한 브랜드로 구축하는 일이다. 운영자가 오늘의 민원을 해결할 때, 경영자는 내일의 가치를 상상한다.
일본의 AM은 경영의 철학을 물리적 공간에 가장 정교하게 이식한 모델이다.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환경 정화에 머물지 않고, 지역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집요한 설계로 이어진다.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는 협력 : 내 가게 앞만 깨끗하다고 손님이 오지 않는다. 상권 전체가 매력적이어야 내 가게의 매출도 오른다는 인식이 뿌리 깊다. AM은 파편화된 개인의 이익을 상권 전체의 이익이라는 커다란 그릇에 담아내는 철학적 합의체다. 일본에서는 이를 위해 건물주들이 스스로 분담금을 내어 상권 관리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공공 공간의 비즈니스화 : 일본 AM의 독보적인 특징은 도로, 광장 등 공공 자산을 수익원으로 바꾼다는 점이다. 국가로부터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아 보행자 전용 도로에서 카페를 운영하거나 기업 광고를 유치하여 수익을 낸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다시 지역 보안과 조경에 재투자된다. 이는 정부 보조금이라는 마중물을 넘어 스스로 숨 쉬는 자립 엔진을 만드는 과정이다.
공간에 서사를 입히는 디렉팅 : 마루노우치나 롯폰기 힐즈의 사례처럼, 이들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한다.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방문객이 이 거리에 머물러야 할 이유를 제공하고 그 경험이 다시 방문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정교한 경험 설계가 AM의 본질이다.
과거의 상권이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었다면, 현대의 상권은 시간을 점유하는 곳이다. 온라인 쇼핑이 제공할 수 없는 오프라인만의 감각적 체험은 철저히 계산된 경영 없이는 불가능하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지나며 인구 감소와 도심 공동화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AM이라는 생존 전략을 완성했다.
이제 상권은 누군가 돌봐줘야 할 환자가 아니다. 스스로 수익을 창출하고, 스스로 브랜드를 관리하며,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하는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행정이 깔아준 판 위에서 민간의 창의성이 마음껏 춤추는 풍경, 그것이 일본 에리어 매니지먼트가 우리에게 증명해 보인 경영의 완성형이다.
결국 상권 경영의 성패는 이해관계자 간의 신뢰와 전문성에 달려 있다. 임대인은 당장의 임대료 인상보다 지역의 장기적 가치 상승을 우선시해야 하며, 상인은 자신의 콘텐츠가 상권의 정체성과 어떻게 공명할지 고민해야 한다.
일본의 사례처럼 상권을 전담하여 책임지는 상주 경영 조직의 육성이 시급하다. 프로젝트 단위로 잠깐 스쳐 지나가는 외부 용역이 아니라, 상권과 운명을 함께하며 10년, 20년의 타임라인 위에서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필요하다. 이들이 확보하는 데이터와 현장 지식은 상권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강력한 방어기제가 된다.
에리어 매니지먼트는 결국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임대인이 한발 물러나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상인이 자신의 콘텐츠에 자부심을 가지며, 공공이 이들을 믿고 권한을 넘겨줄 때 도시의 풍경은 바뀐다.
지도는 행정이 그릴 수 있지만, 그 안을 채우는 생동감 넘치는 풍경은 경영하는 민간만이 만들 수 있다. 우리 상권은 지금 그저 운영되고 있는가, 아니면 뜨겁게 경영되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 동네 상권의 10년 뒤 모습을 결정할 것이다.
상권 경영은 구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다음 글에서는 Area Management 성공의 3대 요소 – 협력 주체·지속 가능한 재원·자율적 활동에 대해 심층적으로 다뤄본다. 경영의 톱니바퀴가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그 실무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우리 동네만의 매력은 무엇인가? 그 매력을 비즈니스로 바꿀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
#상권의미래 #일본에리어매니지먼트 #지역경영 #도시재생 #로컬비즈니스 #공간기획 #자립경영 #경영철학 #동네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