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바뀌는가

변화는 계산 끝에 온다

by 에밀

인생은 결국, 자기 자신을 설득해 가는 여정 아닐까.

무언가를 배운다는 건, 스스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이렇게 사는 게 더 나을지도 몰라’ 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니까.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지금보다 그게 더 좋을 것 같아”라는 확신이 들면

그때부터는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게 된다.


문제는 그 확신에 이르기까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지만, 마음은 늘 다른 계산을 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데 굳이 바꿀 필요 있을까?

그 변화는 과연 그만한 값을 할까?

이런 질문들이 은근히 발목을 잡는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생각해보자.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도 잘 안 되는 건 단순히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보다 지금의 나와, 바뀐 나 사이를 저울에 올려봤을 때

‘지금 그대로’가 더 낫다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울 앞에 선 내 모습이 조금 더 날렵해지고,

자존감이 높아지고,

나를 보는 타인의 시선도 달라질 거라는 걸 안다.

하지만 동시에 생각한다.


먹고 싶은 걸 참고,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가고,

친구들과의 외식 자리에서 메뉴를 조심스럽게 고르고,

몇 주가 지나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을 수도 있고…


그렇게 마음속 저울은 늘 복잡하다.

바뀌지 않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반대로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자신에 대한 불만이 정말 크거나

운동과 식단 조절이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지 않거나

무엇보다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너무 선명하게 그려보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느 쪽이든 결국은 마음속의 저울이

‘이쯤이면 바꿀 만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는 이야기다.



이건 아주 사소한 습관에서도 마찬가지다.

나의 설거지 습관만 봐도 그렇다.


나는 예전엔 설거지를 늘 미뤘다.

밥을 먹고 나면 그릇을 싱크대에 쌓아두고

“한 번에 몰아서 하자” 하고 넘기곤 했다.

애벌로 헹구고, 세제 묻혀 닦고, 물로 헹구고, 정리하고…

이 모든 과정이 너무 번거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그때 하는 게 낫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그건 그냥 말일뿐이었다.

내 마음속 저울에는 여전히 ‘미루는 게 낫다’는 쪽이 더 무거웠다.


그러다 어느 날, 변화가 찾아왔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끼니도 집에서 해결하게 되었고, 설거지 양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러던 중, 설거지를 미뤄두던 어느 날

그릇 틈에서 날벌레 하나를 보게 되었다.

작지만 불쾌한 그 존재 하나가, 내 마음속 저울의 균형을 무너뜨렸다.


왜 이렇게 귀찮게 느껴질까?

어떻게 하면 덜 귀찮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 끝에 뜨거운 물을 쓰기로 했다.

가스비를 아끼겠다고 늘 찬물만 쓰다가

한 번만 뜨거운 물을 써봤더니, 기름때가 훨씬 쉽게 닦였고

시간도 절반 가까이 줄었다.

무엇보다 설거지를 끝낸 뒤 주방이 깔끔해진 느낌이 참 좋았다.


그 후부터 나는 설거지를 거의 그 자리에서 바로 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결심의 힘”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설득당한 것이다.

나 자신에게.

내 마음속 계산이 바뀌었고,

그래서 행동이 달라졌다.



그 뒤로 나는 내가 무언가를 바꾸고 싶을 때마다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이게 다일까?

혹시 더 있을지도 모르지 않나?

이렇게까지 번거로운 게 진짜 맞을까?

덜 힘들게 할 방법이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조금씩 항목을 바꾸고, 줄이고, 더해보면서

내가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이익 쪽으로 무게를 기울여 나간다.


그렇게 저울이 살짝이라도 기울어질 때,

그제야 나는 움직인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우리는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계산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관계에서 내가 얻는 편안함과

그로 인해 감당해야 하는 감정의 소모.

상대의 표정 하나, 말투 하나에 흔들리는 내 마음.


그 모든 건 어쩌면,

내 안에서 조용히 돌아가고 있는 또 하나의 저울이 작동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스스로를 설득한 이후에야 움직인다.

그 설득은 언젠가 누군가의 말이 아니라,

조용히 내 안에서 시작된다.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바뀐다.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