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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월 Apr 09. 2024

이미지를 팝니다

대놓고 왜곡하려나

우리는 단순히 상품을 파는 게 아니라 이미지를 팝니다. 제품 속에 희 회사가 추구하는 이상을 담아내려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은 여러분에게 우아함과 품격을 더 높여드릴 겁니다. 회사의 로고에는 삶의 질은 물론이고 여러분의 삶의 기품이 드러나게 담았습니다.

 

광고 문구를 한 번 써봤다. 왜 구매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이나 구체적인 이유보다 소유하고 지니면 가치를 높여줄 거란 막연한 설명이다. 제품에 대한 설명보다는 미화로 꾸민 말들에 구체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럭셔리하고 아름답고 멋있다는 모호한 말들이 많다. 뭐라고 표현하든 자유지만 내세우는 근거보다 포장하고 싶은 바를 사실인양 가리킨다. 어찌 보면 개인적 취향이고 주관적 관점이요, 상술이다.


평가는 직접 사용한 사람이 하는 것이요, 경험한 사람이 제일 잘 안다. 값싸고 사용하기 편하다면 충분히 권할 만 하지만, 그것보다는 희소성과 가치에 의미를 두면 쓸모보다는 소유욕을 자극하고, 경쟁을 유발하고, 소외감을 강화시킨다.


근거 없는 동일시로 자신을 동급 평가로 취급하는 순간 본질과 상관없는 착각의 늪에 빠진다. 비싼 상품을 소유하면 그 자신 또한 그와 같은 가치를 가질까? 나 이 정도는 되는 사람이야.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한 첫인상으로 그가 입은 옷이나 액세서리, 타고 온 격을 정한다. 그렇게 평가하고 그렇게 평가받는다. 자존심 싸움하듯 서로 훑어보고 상대가 어느 정도인지 마음대로 등급 정다. 나보다 나은지 못한 지.


그의 인상이나 표정, 몸짓, 말투는 그다음이다. 그 사람의 속을 어떻게 아냐. 해 다니는 꼴이 그 사람이지 라며.


이 물건이 현존 최고라는 말은 지금 잠시 그렇다는 뜻이다. 언제든 바뀔 수 있고, 가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별 의미 없는 말이기도 하다. 금방 변해버릴 것에 심하게 가치를 부여하고 과장이 심하다. 그걸 취하려 들이는 노력들이 덧없어 보이기도 한다.


나의 평가에 지인은 한마디 전한다. 넌 세상을 아직도 모르냐. 경제관념이 부족하다. 원래 인간이 다 그런 걸 누구나 알지. 알아도 알면서도 비교하고 비교당하고, 서로가 상대를 의식하고, 열등감을 느끼고 우월감에 도취되고. 원래 인간이 그렇지 뭘 그렇게 사납게 콕 찌르냐.


이미지와 관념이 대상을 규정한다. 단어도 명칭일 뿐이다. 그렇게 하자고 정하고 약속한다. 광고처럼 대놓고 의도적으로 왜곡하기도 한다. 화려할수록 내용은 초라하기 쉽다. 불 꺼진 네온사인 거리다.


그러나 한편으론 대상의 실체를 정확히 묘사할 방법이 없다. 어떤 말이든 표현이든 주객관을 포함하여 아무리 언급해도 실체를 나타내는 어떤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화를 하고 소통을 하려는 자구책이다. 그걸 알고 쓴다면 좀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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