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가 아니다

by 김승희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아이디어를 검증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정작
아이디어의 본질을 평가받는 일은 기피한다.



아이디어를
사고의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외적으로 증명해 줄 하나의 기반,
혹은 미래를 보장해 줄 자격증처럼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듣고 싶은 것은
아이디어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 아니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 대한 평가다.
그 기저에는
확신과 인정 욕구가 함께 깔려 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
아이디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무언가를
아이디어라 믿고 있을 뿐이다.



이 글은 사람들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왜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흔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흔하다’는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짚고자 한다.



흔하다는 것은
단순히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 아니다.
조금 더 엄밀히 말하면,
이미 다루어진 질문의 형태만 바꾸거나
기존의 요소들을 아무 의미 없이 조합한 상태를 말한다.



하나의 매듭을
아무리 비틀고 꼬아도
결국 같은 매듭에 불과한 것처럼,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기존 아이디어나 패러다임을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겉으로는 새로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는
어떠한 질문에도 답하고 있지 않다.
사람들이 흔한 아이디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트렌드, 기술, 방법, 필요성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훌륭한 아이디어는
현재 유행하는 기술이나
이미 존재하는 방법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훌륭한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언제나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 질문이 없다면
어떤 아이디어도
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없다.



예를 들어,
현재 언어 학습 앱의 대표 주자로 평가받는
듀오링고를 살펴보자.
듀오링고는
AI를 접목해서 성공한 서비스가 아니다.
AI는 결과이지, 출발점이 아니다.
“AI를 활용한 언어 학습 앱을 만들자”는 발상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기술 접목에 대한 착각에 가깝다.



듀오링고가 던진 질문은 단 하나였다.
왜 사람들은 언어 학습을 지속하지 못할까?
현재 듀오링고의 차별점이라 불리는
게임화, 전략적 마케팅,
알림 시스템, 보상 구조, 학습 설계는
모두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일 뿐이다.



이것이
수많은 언어 앱 중 듀오링고를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은 기본 원리이며,
경쟁자들과의 아이디어 체급 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질문에서 아이디어를 설계하지 않는다.
유행하는 기술,
개인의 필요성,
막연한 참신함을 근거로 아이디어를 만든다.



그것은
번데기의 외피에 불과하다.
우리가 바라봐야 할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그 안에 든 나비의 잠재력이다.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처음부터
흔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흔한 아이디어란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는
하나의 텅 빈 시스템 구상도에 불과하다.



아이디어를 만들기 전에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내가 해결하려는 질문은 무엇인가.



그 질문이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이미
세상에 수없이 반복된 형태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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