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옥이의 파란만장 일대기
브런치에서 엄마 자서전이라는 글을 읽고, 엄마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적어봅니다.
(1) 엄마 소개.
이름 : 희옥
신체 사이즈 : 상의 66 하의 66 발 사이즈 240
좋아하는 영화 : 네가 알려준 영화, 유태인이 나오는 영화 있잖아. ‘인생은 아름다워’?
맞아. 감동적이지… 아들과 탱크로 내기를 하고, 끝까지 아름다웠던, 그런 영화.
좋아하는 색 : 녹색!
좋아하는 계절과 날씨 : 역시 봄이지, 꽃이 피는 계절
요즘 기분은 어때요? 아주 좋아. 건강이 안 좋지만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고
요즘 관심사는? 건강해지자!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노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싶어요? 인생 제3부를 잘 살고 싶지. 여행도 하고.
‘왜 제3부지?’ 태어나서 살아왔고, 제2부는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고, 어느새 그 아이가 커서 결혼을 했잖아. 이제 제3부지.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는? 음악의 나라. 오스트리아.
꼭 한 번 배워보고 싶은 게 있다면? 색소폰을 배우고 싶어. 색소폰 연주를 잘해보고 싶어. 잠깐 배웠었던 오카리나도 계속 배우고 싶고. 입으로 부는 걸 좋아하네.
(2) 꿈 많은 소녀 시절
엄마의 취향 : 김치만두, 고기는 싫어.
어릴 때 자주 가서 놀았던 곳은? 화홍문 근처 냇가. 방화수류정.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노래는? 오빠 생각. 우리 오빠가 어렸을 때 큰 집에 갔으니까..
뜸북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이 노래를 부르다가 엄마의 큰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서 얼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엄마의 오빠, 외삼촌은 아이가 없는 큰 집에 입양되어서 자랐다.)
학창 시절 별명은? 왕눈깔. ㅋㅋㅋㅋ ‘왜 왕눈이가 아니야?’ 국민학교 남자애들이 놀리느라 왕눈깔이었지…
학창 시절 장래희망은? 교수. ‘왜?’ 어릴 때부터 시집 안 가고 혼자 살면 어떤 직업이 좋을지 생각해봤어. 혼자 살아도 멋있는 직업. 그리고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니까.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고.
‘엄마랑 너무 잘 어울리는 직업이에요.’
제일 자신 있는 과목과 어려웠던 과목은? 수학이지. 항상 재미있었어. 원인과 결과가 명확하고.
반대로 영어는 좀 어려웠어. 못하는 건 아니었는데 (강조) 그냥 암기해야 하는 과목이 별로였어.
어릴 때 먹던 추억의 음식은? 번데기? 학교 앞에서 팔았는데, 종이를 세모로 잘라서 원뿔 모양으로 만들어서 그 컵에 담아줬던 기억이 나. 번데기를 다 먹고 국물 좀 주세요~ 하면 담아줬는데, 종이가 흐물흐물해지기 전에 호로록 마시는 재미가 있었지.
젊을 때 하지 못해서 후회한 것이 있다면?
대학을 못 간 거. (영복여고에서 10등 안에 드는 엄마였는데, 너무 아쉽다.) 장학금 받을 수 있는 이류, 삼류 대학이라도 갈걸. 서울권 안의 대학만 대학인 줄 알았어.
(나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걸 후회하기 때문에, 인생은 아이러니다. )
(3) 결혼&아이
Q. 나 임신한 거 알았을 때 어떤 생각했어? 너는 계획임신이었지. 3개월은 지나서야 임신을 알았어 원래 생리불순이어서. 너무 기뻤어.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공부까지 잘하는 건 바라지도 않았고.
Q. 내가 배 속에 있었을 때 뭐가 제일 먹고 싶었어? 포도. 과일이 그렇게 먹고 싶었어. 포도를 엄청 먹었어. 10박스!
Q. 나는 어떤 아기였어? 진짜 건강했어. 4.3kg로 태어났으니까. 얼마나 굴러다니면서 자는지.. 자리를 깔아놓으면 데굴데굴 굴러서 저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 그걸 내가 좋아했어. 한나는 그렇게 못 움직였으니까. (나의 언니는 뇌성마비였다.)
Q. 키우면서 미안했던 순간이 있어요? 많아… 많은데, 너 할머니 댁에 맡기고 돈 번다고 서울 갔을 때도 가슴 아팠고… ‘아냐. 엄마 나는 충분히 사랑받고 자란 기억이에요.’
Q.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은? 우리 딸이 인생에서 중요한 일들을 잘 결정했을 때. 또 우리 딸이 고등학교 들어갔을 때, 네가 실업계를 가겠다고 하더라고. 야자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을 테니까. 고등학교 가서 1등만 하니까 정말 자랑스러웠지. 대학교까지 6년 내내 1등만…
Q. 나는 엄마에게 어떤 존재야? 내 인생의 모든 것. ‘내가 먼저 죽으면 안 되겠군.’
네가 죽으면 그날이 내가 죽는 날이지 ㅎㅎ
(4) 부모님
Q.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는? 아플 때 더 생각이 나.
Q. 부모님과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은? 모시고 여행하고 싶었어. 맛있는 걸 사드리고, 특히 엄마 아빠의 고향을 가보고 싶었어. 두 분 다 고향이 북쪽이야. 갈 수가 없었지.
(5) 나의 아이에게
Q. 나랑 같이 해보고 싶은 거 있어요? 여행. ‘내 생각에는 여행은 엄마 혼자 가고 내가 엄마 핸드폰을 봐야 할 것 같은데…’ (우리 엄마는 핸드폰으로 사업을 하시기에, 전화상담 일이 너무 바쁘다. )
Q. 내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면 좋겠어? 우리 딸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아주 단순하게 살면서, 지금부터라도 본인이 인생의 주인이 되어서 정말 즐겁고 여유롭게 살았으면 좋겠어. 바쁘게 살지 말고. 돈을 잃고 시간을 사렴.
돈을 잃고 시간을 사라.
시간을 들여 돈을 버는 현세대를 살아가는 나에게 인상 깊었던 엄마의 마지막 말.
그리고 엄마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깨달은 것. 여행은 늦기 전에, 한 살이라도 어릴 때 하자.
그리고 엄마를 꼭 여행 보내드려야겠다. 내가 함께 가는 것도 좋겠지만, 무엇보다 엄마를 핸드폰에서, 사람들 속에서 해방시켜 주고 싶다. 3박 4일이라도…
엄마가 바란대로 인생을 살아봐야지. 단순하게. 여유롭게. 즐겁게.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리라.
그리고 행복하게 살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