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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희 Jun 22. 2020

아버지의 밥상과 김치만두

희옥의 이야기


엄마, 가장 생각나는 할머니 음식이 뭐야?’
나의 뜬금없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다 엄마는 ‘아버지의 밥상과 김치만두’라고 대답했다.

희옥의 어린 시절,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자라’, ‘먹어라 가지 단어였다고 한다.

형제들  가장 마르고 밥을  먹지 않던 희옥은 유일하게 아버지의 밥상을 차릴  같이 겸상하여 먹을  있던 아이였다. 경찰이었던 할아버지는 비번일 때도 가끔씩 비상근무를 하셨고, 밤늦게 들어오거나 새벽에 들어오실  할머니는  밥상을 차리셨다. 그런 불규칙적인 밥상에는 언제나 영양가 있는 조기, 갈비  오 남매가 먹는 음식보다 조금 특별한 음식이 올라왔다고 한다.

다른 언니 동생들은 못 먹었지만, 나는 언제나 불려 갔지. 
한 숟가락이라도  먹이려고 하셨었지.

얘기하는 엄마의 눈시울이 붉다. 할머니는 올해 돌아가셨다. 나도 할머니 댁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봐서 안다.  한 공기를  못 비우면 할머니가 얼마나 섭섭해하시는지.

할머니표 김치만두는 고기가 안 들었어?’  질문에 엄마가 웃는다.
엄마는 고기 들어간 김치만두를 싫어한다. 시중에 나온 김치만두 대부분 돼지고기가 들어가기에 엄마의 입맛에 맞는 김치만두를 찾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할머니는 김치만두를 자주 하셨어. 저녁 밥상 물리고 늦은 시간에 만두를 빚기 시작하면 
밤이 깊어서야 끝나는데, 어린 나는 아무리 졸려도 김치만두가  완성될 때까지 안 자고  옆에 붙어있었지. 그럼 할머니는 늦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김치만두를  접시 쪄주셨어. 그걸  먹고 자야 하는 거야. 김치만두는  먹어야 하니까.

두부, 부추, 물기   김치가 들어간 고기 없는 김치만두는 엄마의 영원한 마음속 1위다.
할머니가  계신 지금, 엄마에게 김치만두를 만들어줘야겠다.

꿈속에서 밤늦은 시간, 만두 한 접시를 받아 든 어린 희옥이 내게 상냥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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