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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nnk Jan 03. 2023

LP 레코드

LP레코드의 추억

음악 좋아하나요? 음악 어떻게 듣나요?

스트리밍, 유튜브, mp3, CD, LP레코드....

이 중에서 아마 mp3, CD, LP 쪽으로 내려갈수록 구세대, 쉰세대란 소리를 듣게 될 가능성이 높겠죠. 한때 어린 시절 저도 LP레코드를 가끔씩 사 모으곤 했지만 CD가 세상에 등장하면서 거의 매달 CD를 사서 마니아처럼 음악감상을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mp3가 보급된 이후로 CD의 부피감 때문에 CD에 있는 음악들을 mp3로 포맷해서 mp3플레이어로 듣던 때도 있었습니다. mp3는 CD보다 확실히 간편하고 부피의 부담감을 줄여주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의 용량이 찰 때마다 음악을 넣고 지우고 관리를 해줘야 합니다. 그러다 결국은 간편하고 부담 없이 무궁무진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유튜브로 넘어와 요즘은 때와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음악을 듣는 주요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집의 창고 한 귀퉁이를 볼 때마다 맘이 짠해옵니다.

24년 전 한국에서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가져온 LP레코드 음반들....


CD가 보급되기 훨씬 전이자 라디오가 음악감상의 대부분이었던 시절, 아버지께서 모으셨던 LP와 제가 가끔 사 모았던 LP레코드가 어느덧 100여 장이 되었습니다. 20여 년 전 미국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오면서 모아놓은 100장의 LP를 모두 가져오기엔 부담이 커 아끼는 30여 장만 간신히 추려 여행가방에 챙겨 미국으로 떠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미국생활동안 이사를 몇 번 하면서 이 LP들을 볼 때마다 그냥 버려, 팔아, 도네이션해.... 등등 고민을 했지만 결국엔 처분도 못하고 함께 옮겨 다니며 창고 안의 박스에서 깊은 잠에 빠져버렸습니다.


미국으로 올 당시에는 CD가 워낙 대세였고 강남역의 타워 레코드, 혜화동의 바로크 레코드 등의 대형 음반샵에는 CD를 사려는 사람들로 바글바글 했던 시절이었죠. mp3는 아직 보급도 안되었던 시절이었고 LP레코드를 다시 들을 일은 앞으론 없을 거라 제 스스로 판단을 했었습니다. LP의 시대는 이제 완전히 끝났고 골동품으로 넘어가는 물건으로 치부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시대가 변해 영원할 것 같았던 CD의 유행도 서서히 저물어 가고 mp3의 시대가 열렸고 또 몇 년 후 온라인 스트리밍음악 시대가 열려 음악감상 도구는 이제 새로운 기술과 문화를 타고 급변하였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가고 기술은 발전하고 사람들의 입맛도 변하지만 유행은 돌고 돌아 복고풍을 타고 옛것이 우리 가까이에 다시 오곤 합니다.  참 유행이란 건 때론 흥미롭고 놀랍기도 합니다.

언젠가부터 서서히 LP레코드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반스앤노블 등의 미국대형 서점과 온라인 스토어에서는 LP음반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동네에 조그만 중고 LP샵 가게도 생겨납니다. 대체 무슨 일인가요? 그 간단하고 편리한 스트리밍뮤직의 세계를 마다하고 LP레코드의 소비가 조심스레 기지개를 켜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창고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는 LP들을 바라보며 올해는 심각히 고민을 해 봅니다. 고작 30여 장만 남은 LP레코드를 듣기 위해 턴테이블을 새로 구입하는 건 돈 낭비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30장의 음반에는 오래전 저의 어린 학생시절의 추억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나이 들면서 물건은 가볍게. 마음은 풍요롭게 살기로 다짐을 해보며 추억과 정에 끌려 다니지 말고 안 쓰는 물건은 과감히 버리자 다짐을 해보지만 LP레코드만큼은 차마 처분하기에 마음이 쓰려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무리를 해서라도 그 남은 70여 장을 다 가져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옵니다. 삶에서 무엇을 버릴 것인지, 말 것인지 정하는 것은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문제인 듯합니다. 하지만 그때 LP레코드 시대는 끝났다 스스로 판단을 했음에도 한국에서 그나마 30여 장을 건져 온건 신의 한수란 생각을 합니다.


그렇습니다!! 팔지도, 도네이션도, 버리지도 말자!!!

여전히 30장의 LP음반을 위해 턴테이블을 과연 사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지만 눈과 손은 이미 온라인 스토어에서 턴테이블 쇼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20년 넘게 깊은 수면에 빠진 LP에 숨을 불어넣어주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세상 좋아졌습니다.

어릴 적 LP를 듣기 위해서는 턴테이블을 앰프에 연결하고 앰프에서 다시 케이블을 뽑아 스피커에 연결해 온갖 케이블을 연결해야 들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블루투스로 간단히 스피커와 무선으로 연결해 LP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기능은 많지 않지만 기본기능에 충실한 블루투스 턴테이블 하나를 들여왔습니다.




젊은 대가 LP레코드와 턴테이블을 보면 호기심을 갖고 재미있게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혹은 바보 같은 도구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맞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LP음반을 들을 수도 없고, LP에 스크레치라도 생기면 음악감상 중간중간 툭툭 튀는 잡음도 발생하고, 한 면이 끝나며 LP를 뒤집어 다른 면을 올려야 하고, LP위에 쌓인 먼지도 가끔은 부드러운 천으로 닦아 주어야 합니다. 도대체 이 LP족 사람들은 왜 이 바보 같은 도구로 불편하게 음악을 듣는 걸까요? ㅎㅎㅎ


LP레코드, 그리고 턴테이블.... 이것들은 단지 음악감상이라는 부분만 보고 접근할 물건들은 아닌듯합니다. 온라인 스트리밍 음악이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LP음악감상을 시작하기에는 불편하고 버거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조그만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데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하며 음악을 들어야 하나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죠.




저의 오래전 아련한 추억을 더듬어 올라가면 집에 항상 턴테이블이 달린 전축과 LP레코드가 있었습니다.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어린 시절 집에는 아버지께서 구입하신 한국가곡과 영화음악세트, 클래식 LP레코드가 있었고 어린 저는 자연스럽게 툭툭 튀는 잡음과 한 면이 끝나면 뒤집어서 다른 쪽을 듣던 음악감상 방법이 그냥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커서는 용돈이 생기면 내가 좋아하는 LP음반을 조금씩 사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아버지는 먼 하늘나라로 가시고 LP는 이제 저의 유년 시절의 아늑하고 포근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수십 년 전 LP음반과 턴테이블은 그 당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이자 수단이었지만 이제 LP음악은 한마디로 감성 어린 추억입니다.


아마도 LP레코드의 복귀는 어린 시절 LP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있는 다수의 사람들이 불러온 유행이라 생각합니다. 디지털시대와 스트리밍 음악은 온갖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따뜻하고 포근한 감성을 가져다주지는 못했나 봅니다. 이 디지털의 편리함이라는 빈틈을 파고들어 온 LP의 조용한 유행은 디지털의 차가운 감성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LP레코드의 커다란 재킷크기는 그 음악가가 음반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며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시각적 디자인으로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음악가에 따라 때론 재킷디자인에도 많은 공을 들여 예술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은 음반디자인 재킷에 LP레코드를 담아 출시하기도 합니다. 시각적으로도 그 한 앨범의 주제와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하고 있어 음악 듣는 재미와 즐거움을 더해주곤 합니다.  


저는 출퇴근 시 운전하며 스트리밍 방식의 음악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종종 CD와 LP레코드를 듣는 저는 구세대, 혹은 쉰세대가 확실합니다.


지금처럼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는 시대에 스트리밍 방식의 음악감상도 언젠가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입니다. 몇십 년 후 전혀 새로운 방식의 음악감상 도구가 등장하면 스트리밍 음악도 현재의 LP레코드와 같은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오래된 구시대 도구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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