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장 아빠 Feb 24. 2023

책에서 배우는 교육의 지혜 - '설득의 심리학'


아이들을 가르치고 학부모와 상담하는 일을 업으로 하다보니, 정말 신기하게도 교육 분야가 아닌 책을 읽더라도 아이를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인사이트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때로는 육아 전문 서적을 읽을 때보다 더 좋은 깨달음이 몰려오는 경우도 많아서, 역시 다양한 분야의 책이 주는 사고의 확장이 즐겁게 느껴진다.


최근들어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오늘 아침 완독한 책이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다. 요즘 메타인지의 중요성을 알게되면서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의 강연을 유투브에서 찾아보고 있는데, 교수님도 강연에서 이 저자를 가끔 언급하신다. 심리학 강의나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생각을 하고 의사결정을 하는지 너무나 재밌는 사실들이 많다. 가령,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것 처럼 이성적으로 무언가를 결정하지 않는다. 또한, 우리는 본능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의사결정의 지름길을 언제나 선호한다.


이 재밌는 심리학을 왜 좀 더 빨리 공부하지 않았을지 후회가 될 지경이다. 그랬으면 학교도 회사 생활도 더 편안하게 해낼 수 있었을 것 같다. 결국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은 업무 자체보다는 사람 아닌가? 


돌이켜보면 내가 심리학에 대한 거부 반응이 생긴 것은 대학교 1학년때 들었던 교양과목 인행심(인간 행동의 심리와 이해) 때문인 것 같다. 어찌나 재미는 없고 외울건 많던지.. 


설득의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의 결정을 이끄는 6가지 기제를 설명하고 있다. 상호성, 일관성, 사회적 증거, 호감, 권위 그리고 희귀성이다. 이 중 아이들 교육 관련해서 우리가 바로 적용해볼 수 있는 인사이트들만 추려보겠다.


나는 저 6가지 법칙 중 '일관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일관성의 법칙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거나 입장을 취하게 되면, 그러한 선택이나 입장과 일치되게 행동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의미한다. 일관성의 법칙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나의 의지'로 이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 있다.


책에 나오는 사례로 쉽게 설명해보자. 사람들에게 '나는 안전 운전자입니다.'라는 스티커를 차에 붙이고 다니기를 요청했다. 어렵지 않은 요청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를 수락한다. 그리고 이들에게 2주뒤 그들의 앞마당에 '조심히 운전합시다'라는 거대한 간판을 설치하는 것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무리한 요구임에도 불구하고, 무려 76%사람들이 이를 허락했다. 일반인의 17%만이 이 요청을 수락한 것과 비교한다면 엄청난 차이다. 작은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도 그들은'안전운전'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사람으로서 스스로를  정의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사람의 심리를 자녀교육에 적용해보자. 학원에 낯가림이 심한 친구가 첫 수업을 왔을때 교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엄마뒤에 숨는 경우가 있다. 이럴때 아이를 윽박지르거나 등을 떠밀어서는 절대 수업을 할 수가 없다. 되려 아이에게 충분히 탐색해볼 시간과 선택권을 준 뒤 "오늘 선생님하고 재밌게 수업할 건데, 해볼 수 있겠어?"라고 묻는다. 이때 아이가 고개를 끄덕인다면 아이는 이제 엄마 없이도 선생님과 교실에 들어가게 된다. 즉, 나의 결정과 선택을 내 입으로 이야기 했기 때문에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무언가를 행동하기를 원한다면 명령이나 강요는 효과적이지 않다. 그보다는 아이 스스로 '내가 하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고, 그 결심을 자기의 입으로 말하게 하면 된다. 


또한 책에서는 우리가 아이에게 '보상'을 통해서 아이의 행동을 유도해서는 안되는 이유를 명확히 알려준다. 앞서 예로들은 '안전운전'의 예와같이,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자발적 책임감을 갖게 된다.  그런데 반대로 외부압력에 의한 것은 나의 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정말 중요한 개념인데, 사람들은 '보상'은 강한 외부적 압력이라고 간주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게임기를 보상으로 공부를 하고 시험을 본 친구라면 열심히 공부한 것은 나의 선택이 아니라 부모의 압력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는 거짓말을 하면 안되는 이유가 부모에게 혼쭐이 나서가 되면 안되고, 그보다는 상호간의 신뢰란 것이 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설명해주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부모는 아이들이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바른 행동을 하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책에서 배우는 자녀교육관련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부모가 일관되지 않다면 아이는 버릇이 나빠지거나 반항적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손실에 더 민감하다는 심리와 연관이 있다. 즉, 언제는 밥을 먹을 때 사탕을 줬다가 언제는 주지 않는다면, 주지 않았을 때 더 크게 분노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합당한 규칙을 정했을 경우, 일관되게 그것을 지키도록 아이들을 지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들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 못이기는 척 규칙을 어기고 아이에게 핸드폰을 주거나, 간식을 주는 경우들을 종종 보게 된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한 번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면 더 이상 그 규칙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에 부모가 핸드폰을 주지 않는다면 바닥을 구르게 되는 것이다. 반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가 고마운 줄은 모르고 더 요구만 한다는 생각이 들어 부모와 아이의 감정싸움이 깊어질 수 있다. 그러니 내가 마음이 약해질 때에는 한 번의 예외가 아이의 반항심을 더 자극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말자.


  




작가의 이전글 아빠.. 공부를 왜 잘해야 하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