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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송목 Jan 02. 2024

지옥 가는 길을 알아 두자

손자병법

흔히 우리는 ‘속임수’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여자가 화장을 하는 것도, 우리가 매일 좋은 옷, 좋은 표정과 좋은 매너 예의를 차리는 것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가식이고 눈가림이고 속임수라 할 수 있습니다. 본래의 모습을 감춘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종의 속임수라 할 수 있겠지요. 대체로 남자들은 키를 높이고 여자들은 몸무게를 낮추어 속인다고 합니다. 마술의 퍼포먼스나 영화에 등장하는 특수효과도 관객의 눈을 교란하는 일종의 속임수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치과의사가 '신경치료'라 하고 치아를 죽이는 것도 언어의 눈가림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 일상은 온갖 속임수로 가득합니다. 범위를 좀 넓혀서 우리가 매일 보는 드라마, 영화, 연극도 허구의 가짜입니다. 거액의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상업적 가짜 스토리, ‘픽션’입니다. ‘속임’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가짜’와 ‘가상’은 맥을 같이 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가짜는 우리 생활 전반에 널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속임수는 인간의 전유물은 아닙니다. 생물의 세계에는 온갖 속임수가 만연합니다. 암컷처럼 가장해서 몰래 짝짓기를 하는 수컷 블루길선피시(bluegill sunfish)부터 나비 유충이 개미의 보금자리를 침입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적 의태에 이르기까지 유기체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식으로 상대를 속입니다.


손자는 ’ 전쟁은 속이는 것이다’ (병자궤도야 兵者詭道也)라고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역사적인 유명한 승리의 대부분은 거의 매복과 예상하지 못한 때에 들이닥치는 기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한마디로 속임수, 변칙, 비정상적 상황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만약 스포츠 경기처럼 정상적으로 어떤 룰에 의해서 치러진다면 전쟁은 더 이상 전쟁이 아니겠지요. 그런 신사게임은 스포츠 경기뿐입니다. 스포츠는 룰을 어기면 실격 패 당하지만, 전쟁에서는 룰을 어기면 어길수록, 변칙 변화가 많을수록 이길 확률은 높아집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속임수입니다. 사실은 스포츠에서도 속이는 기술이 승리의 핵심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속임수는 정의니 도덕이니, 선악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서바이벌, 생존전략에서 불가피하게 탄생한 것이 속임수입니다.


한편, 세상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지만, 분명히 고의성이 있거나, 알면서도 모른 척 침묵하거나, 속이는 의도를 숨기고 속이는 미필적 고의의 속임수들이 많습니다. 진짜 속임수에 당하는 것보다 속임수 같지 않은 속임수에 당하면 더 억울한 기분이 듭니다.

예컨대, 은행 약관이나 보험약관, 신용카드 계약서 등의 깨알글씨는 미필적 고의로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이 사인하는 부분만 큰 글씨로 표시되어 있는 약관도 많습니다. TV속 홈쇼핑이나 중간광고로 보험상품 판매할 때도 그렇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 광고를 하다 보니, 마치 속사포 랩처럼 상품내용을 말해버리거나, 약관은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은 글씨들로 적혀 있는 경우도 그렇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상품설명은 마치 랩을 하듯 빠르게 지나가 버립니다. 이밖에도 작은 글씨로 인한 미필적 고의 사례는 수두룩합니다. 영양제나 약품표시, 식품의 원산지 표시 등에서도 불리한 조항을 작게 표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경품행사를 광고하면서 응모자의 개인정보가 제공된다는 사실을 은폐하거나 축소한 회사 사례도 있습니다.


간혹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양심상 속이는 짓은 절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 속임수에 관심 없다’라고 말입니다. 저는 그 말을 충분히 공감하고 존중합니다. 그러나 만약 눈앞의 상대가 당신의 그 순수함을 외면하고 당신을 속인다면? 그리고, 그 속임으로 인해 당신의 국가, 사회, 회사, 가정이 파괴되고 비참하게 몰락하게 된다면? 사랑하는 아내, 아들, 딸들이 죽거나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면? 그래도 그냥 계속 바라만 보고 있을 건가요? 양심과 정의만 외치면서 ‘속임수는 나쁜 짓‘이라고만 계속 외쳐댈 것인가요? 세상은 속임수의 고수들과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는 혼돈의 운동장입니다. 당신이 비록 선하고 정의를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지피지기’의 대응전략은 있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지옥 가는 길을 알아 두어야 합니다. 순진하게만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검사, 경찰, 교수조차도 보이스피싱 사기에 걸려드는 판에 일반인들이야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그들의 사기수법은 날로 진화하고 있고 이때 어느 정도그 수법을 알아두어야 사기에 당하지 않습니다. 내가 적극적으로 속이지 않더라도 상대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기 위한 ‘지피지기’로 익혀 놔야 되는 서바이벌 전략으로 말이죠. 그래야 최악의 선택, 지옥으로 빠지는 길을 피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것이 죽고 죽이는 생사가 갈리는 전쟁이라면, 또는 기업의 흥망이 갈리는 그런 문제라면, 가정이 파괴되는 존폐가 걸린 문제라면 ‘속임수’를 그냥 담너머 남의 일로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피지기에서 ‘지피’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그런 속임수를 바라보는 관점도 중요합니다. 땀 흘리는 수고도 없이 그저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되는 모든 유혹은 대체로 속임수, 거짓말, 꼼수일 경우가 많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하면 이런 유혹에서 좀 더 자유로와 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https://www.dailycnc.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069

<참고 발췌>

1. 산타페연구소 속임수연구회, 고기탁 역, 황소걸음, 2012

2. 노병천의 손자병법 인문학, 세상은 속임수로 가득하다, 2017.02.02.

3. 경향신문, https://m.khan.co.kr/economy/economy-general/article/200503031756571#c2b 

4.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040310228224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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