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WE(5화) 슬기로운 직장 생활_생활 편

by 사과나무

나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첫 번째: 직장에 일찍 도착하지 않는다.

민정 씨는 오늘도 정확히 9시가 되기 5분 전에 도착하였다.

항상 8시 50분에서 9시가 되기 간당간당 하게 도착해서 짧은 팔을 힘껏 뻗어 컴퓨터를 켠다.

그리고, 잠깐 한숨을 돌리고 부팅이 되기를 기다리며 동시에 재빠르게 발을 뻗어 신발을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

컴퓨터 화면을 보니, appletree 사용자 밑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나온다. 비밀번호를 차근차근 입력한다. 행여나 틀려서 두 번 입력하지 않도록 한글과 숫자를 조합해 “즐거운 하루 2007”이라고 입력한다. 그냥 즐겁고 싶어서 그렇게 정했다. 그리고 2007이라는 숫자는 16년 전부터 쓰고 있는 숫자인데, 내가 결혼한 년도이다. 나의 인생의 2막이 펼쳐지는 어마 무시한 날이라서 숫자를 조합해야 할 때는 2007을 쓰고 있다. 마음속으로 잊지 말자 2007년이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하하 마음속으로 웃고, 밖으로는 잠깐 미소를 지은 채 본격적인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몇 년째 네 오른쪽 옆에 앉아 있는 동료가 커피 한 잔을 사서 들어온다. 아마 출근 시간 30~40분 전쯤 들어와서 여유롭게 화장실 가서 손도 닦고, 마스크 껴서 눌린 얼굴과, 자국을 없애주는 파우더도 톡톡하며, 생기를 더하여 줄 립스틱도 바르고, 1층 커피숍에 가서 아아를 한 잔 사서 온 것이 틀림없어 보이는 얼굴이다. 좋은 향기가 스치듯이 난다.


내 오른쪽 동료 소정 씨는

나보나 나이가 5살 어리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결혼 이야기를 물어보면, 뭐 벌써 결혼이냐며, 결혼해서 아이들과 남편에게 시간과 돈을 뺏기며 살고 싶지 않다며 결혼한 친구들처럼 아줌마가 되기 싫다며, 연애를 오랫동안 하다가, 나이가 들어서 외롭게 되면 그때 결혼을 고려해 보겠다는 둥의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의미 없는 인사가 오고 간다. 아마 속으로는 출근시간에 정확히 맞춰서 허겁지겁 앉아 있는 나를 곱지 않게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하지만, 네가 뭐를 알겠냐며, 스스로 위로하며, 이내 개의치 않고 메일체크를 하기 시작한다

역시나, 밤새 메일이 아주 많이 와있다. 무슨 사람들은 이렇게 밤에 일하는지 구시렁구시렁거리며, 바로 답을 할 수 있는 것들은 한다. 이렇게 저렇고 이렇다. 감사합니다. 이런 순으로…

시간과 생각이 필요한 메일은 메모해 가며, 오늘 일정을 정한다.

그때,

까치발을 들고, 조심조심 들어오는 한 사람이 있다. 고개를 얼마나 숙였는지, 정수리만 보일 정도이다.

10년째 내 왼쪽에 앉아 있는 동료이다. 인사는 생략 한 채, 눈으로 대화를 나눈다.

“왜 늦었어, 집에 무슨 일 있어? 차가 밀렸나? 아이들 소풍이라고 가나?” 등등 눈에 한껏 힘을 주어 눈빛을 교환한다.

내 동료 윤정 씨다. 10년 전쯤 아이들 육아가 편한 회사를 알아보던 중 나는 윤정 씨의 권유로 이곳에 오게 되었다. 업무시간 외에 야근도 많지 않고, 회식도 일 년에 2번밖에 없다고 나를 꼬셨었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통하는 윤정 씨가 있어서 나는 망설임 없이 이곳에 오게 되었다.

윤정 씨는 아이가 셋이나 있는 워킹맘이다. 사실 최근까지 나와 같은 아이가 둘 이였지만, 15살 차이가 나는 늦둥이 셋째가 생겨 나와는 차원이 다른 육아와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초 슈퍼 워킹맘이다. 남편은 대기업 부장으로 월급은 적지 않은 편이나, 집안일과 육아를 전혀 도와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저러한 상황을 다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침에 10분밖에 늦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이다.

부스럭부스럭 조용한 사무실에 윤정 씨 책상 정리가 시작된다. 사물의 소리를 깬 것은 소정 씨의 목소리이다. 소정 씨는 특히나 눈치가 없다. 그냥 조용히 넘어갈 법도 한데…

“늦으셨네요, 스타킹 올 나갔어요~”

“아, 네 급하게 나오느라…”

“그러셨구나, 저는 요즘 아침에 운동하고 오거든요, 그러면 얼마나 상쾌한지 몰라요…

선생님도 시간 되시면 아침에 조깅이라도 해 보세요…”

갑자기 자기가 아침에 운동을 시작했다는 중, 다시던 미용실을 바꿨다는 둥, 곧 여름이 다가오니 살을 빼야겠다 는 등… 을 말하며, 윤정 씨와 나를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아, 네”

나는 대답만 짧게 한 채 다시 일에 집중한다.

나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두 번째: 쓸데없는 수다와 티타임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나 또한 사람들과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고, 점심 먹고 차 한잔 마시면서 하늘도 보고 꽃도 보면 여유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아이들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가야 하기 때문에 과감히 포기한다.

회사라는 곳은 취미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고, 적당한 페이를 받으면서 일하는 곳이기 때문에 일을 못해서는 안 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 내에 성실하게 일에 임하려고 노력한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까지 직장에서 살아남았다고 스스로 위로해 주며, 점심시간은 30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오늘 저희 구내식당 말고 나가서 맛있는 거 먹어요”

“미안, 나는 할 일이 있어서, 나 빼고 가요, 대신 내가 내일 아침에 커피 사서 올게”

사실, 혼자 밥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

정신없었던 오전시간을 스스로 정리하며, 보고 싶었던 인터넷 짤도 볼 수 있으니, 더 쉼을 얻는다. 물론 가끔은 나가서 동료들과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직장생활에서 사람들 관계도 너무 중요한 것을 이제 나는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 순간 정직하려고, 베풀려고 노력한다.

나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세 번째: 사무실에서 아이들과 크게 떠들며 통화하지 않는다.

“드르륵, 드르륵(진동소리)”

“어… 왜 예솔아”

“뭐, 학원을 안 가겠다고”

“가야 해, 빨리 챙겨서 나가, 지금 나가도 늦어”

“너, 엄마 화나게 할래?”

상대편 전화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아마 아이가 학원을 안 가겠다고 떼를 부리는 상황일 것이다.

“너 지금 당장 나가지 않으면, 화낼 거다”

“뭐? 배가 아파, 갑자기 왜 배가 아파? 거짓말하지 말고 아파도 가”

아이들 엄마는 티가 난다. 외모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특히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무실에서 아무렇지 않게 전화를 받고, 희로애락 상황을 다 듣다 보면 누가 봐도 아이엄마가 된다.

아이가 있다는 것은 너무 큰 축복이고 기쁨이지만, 회사에서는 본인의 입으로 말하기 전에는 아이 엄마인 것을 눈치채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 선입견으로 인한 일에 대한 평가를 손해보지 않게 된다.

내 핸드폰도 울린다.

“드르륵, 드르륵”

(두 번쯤 울리면 얼른 핸드폰을 들고, 마스크를 단단히 끼고 사무실 밖으로 빠른 걸음으로 나간다)

“어, 하랑아 왜?”

“학원을 안 가겠다고?”

(학원을 안 가면, 이번 달 용돈을 삭감하겠다고 꼭 가라고 당부하고 전화를 끊는다)

전화받으러 나온 김에 화장실에 들러, 오늘 한 번 도 본 적 없는 거울을 보고, 옷을 정리하고, 손을 씻고 나온다.


나의 슬기로운 직장생활 네 번째: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6개의 계획을 세우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온다.

중간중간 스트레칭도 하고, 잠깐 밖에 바람도 쐬고, 틈틈이 커피를 마시고 집중하여 일을 하다 보니, 컴퓨터 화면에 나오는 시계가 퇴근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

노트를 편다.

1부터 6까지의 숫자를 적는다. 내일 해야 할 일을 적는 것이다. 꼭 6개를 적는다. 중요하고 급한 순으로 적는다. 절대 집안일이나 개인 일은 포함시키지 않는다. 이렇게 적어 놓아야지만, 출근시간이 임박해서 오는 나에게는 잊어버리지 않고, 꼼꼼히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그렇게 6개를 적어놓고, 제일 잘 보이는 컴퓨터 자판 밑에다 놓고,

나는 간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간다.

“나, 먼저 갈게 소정 씨, 윤정 씨 아침에 커피 사 올게”


어쩌면

“인간관계도 일도 적당히 하는 그 하루가 나의 문을 열어 줄 마법의 열쇠라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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