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걸어

by 사과나무

새로 이직한 회사가 1년 하고도 조금 넘었다. 대충 1년이 넘으면 나의 할 일이 명확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신뢰라는 것이 생기며 그렇게 한 해 한 해 직장생활을 지나게 된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시대가 변해가서 그런 것 인지 여기의 조직 문화가 그런 것 일지 모르겠지만.....

하루하루 마음 편할 날이 없고 하루하루 변화무쌍한 하루하루가 그려진다.

조금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나아지겠거니... 하지만 불만과 불평만 쏟아지고 어렵다.

지금 까지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일이 다가올 때면 덜컥 겁부터 난다.

나이가 들은 거겠지라고 생각하다가 울화가 쳐 밀려온다.

지금까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온 것일까 까지 파고들어 온다.


나는 내가 지금 하는 일이 맞지 않다고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이거 말고는 다 잘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애초에 틀어서 다른 길로 갈 것을 그랬나? 그냥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말 것을 그랬나? 이런저런 참 잡다한 생각이 많이 드는 곳이다.


그러다 내가 나약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면 나는 그냥 생각버튼을 꺼 버린다.

내 탓이요 내 탓이요 너무하니 마음이 힘들어져서이다.


한 명, 두 명... 많은 사람들이 퇴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구나?라는 생각도 잠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예전이라면 나도 한 명, 두 명 무리에 끼어서 흘러가고 있었겠지만은

나는 이제 세상을 조금 안다.

형태가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어느 조직이든 나랑 맞지 않는 부분, 나랑 맞지 않는 인간들이 무수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론이 아닌, 실제 경험으로 터득한 값진 자산이다.


그래도 커버 안 되는 것은 그 또한 경험에서 우러나온다. 이런 곳은 오래 다닐만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이유 또한 안다. 내가 뭔가가 채워지는 것이 아닌, 닳아지는 곳이라는 것을 말이다.


오래 재직한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못하다. 웃음이 없다. 자기 말만 한다.... 어쩌면 살아남기 위해 자기 자신을 아주 오래 동안 자주 채찍질한 결과이겠지


나이가 조금 드니, 이왕일하는 거 의미 있게 하고 싶어 의미를 찾기 시작해 본다.

의미 없는 몸짓이 어디 있으랴라고 생각도 해보면서... 꾸역꾸역 참아본다.


참으면 병 된다... 참으면 병 된다... 나한테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왜냐하면 나는 사실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 동료들에게는 힘들다고 털어놓는 편이다. 어쩌면 이런 나의 작용으로 인해 병이 안되었을지도...

그냥 위로해 본다.


일이 없는 내 삶은 상상이 안된다. 항상 나는 일을 했고, 항상 바쁘게 육아와 일을 오가며 살아왔다.

몸에 베인 습관 같은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없어진다는 것은 나는 모르겠다. 상상이 잘 안 되면서도 되기도 한다.


재작년 미국에서 1년의 생활을 되돌아본다. 그때만큼이나 나는 매우 심심하고 할 일 없어 이리저리 갈 곳을 찾아다녔다.이 또한 매우 의미 있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고, 정말 많이 쉬었고 많이 배웠다.

그러고 나서 직장으로 복귀를 한 것이라 나는 내가 꽤 잘 다닐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냥 다니고 있다.

견디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고? 나는 이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얼마나 속이 썩어 문드러졌을까... 얼마나 곪아 터졌을까...

"....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그곳은 어딘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난 걸어가고 있네..."(god 노래)


그냥 요즘은 걸어가고 있다...

회사에서 당장 "한 달 줄 테니 정리하고 나가세요..."라고 말한다면 이런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매우 치열하고, 그렇지만 치졸한 곳


나가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 우선은 걸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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