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으론 바꿀 수 없는 운명

by 현동인

불가능은 없다고 외쳤던 나폴레옹도 세계를 정복하지 못하고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쓸쓸히 최후를 마쳤다.
불가능한 일이 있다는 것을 본인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나도 젊었을 적엔 노력만 하면 어느 것이든지 이룰 수 있다고 여겼지만 13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혼과 함께 끝내 바이올린

제작가의 길을 가지 못하였다. 내가 갈 수 있게 마련된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이룰 수 있는 일들은 많이 있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으니 그것은 생과 사, 그리고 배우자를 만나는 것이라 여겨진다.
우리들 중에 어느 누가 언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하느님 앞에 불려 갈 날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겠는가? 그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에 못지않게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배우자를 만나게 되는 것. 노력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나는 20살 때부터 연애를 했었다. 그때 여자친구가 겨우 18살이었는데 어른들 입장에서 본다면 우린 그냥 애들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혼까지 약속했었다.
여자친구에게 빨리 결혼해서 아이는 셋 정도 낳고 아이들 다 키우면 우리들은 세계여행이나 다니자고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아도 정말 철부지 같은 생각이었겠지만 여자친구와 나는 서로를 너무도 좋아했었고 몇 년 후에는 정말 결혼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왜 헤어졌는지도 모르게 우리는 서로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는데 충청도가 고향이었던 여자친구가 부모님의 요청으로 멀리 대전으로 직장을 옮겼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편지만 몇 번 오갔지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어느 날부터는 서로 편지조차 쓰지 않게 되더니 그렇게 흐지부지 여자친구와 나는 서로를 잊어버리게 되었다.

나이들이 너무 어려서 만났었기에 서로에 대한 절박함이 없었던 결과였을까?


만약 내 배필이 될 인연이었다면 우린 어떻게든 계속 만남을 이어가다가 결혼까지 했었겠지만

내 여자친구와 나는 그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인연이었던 것이다.

그 후에도 다른 여자들을 많이 만났었고 어떤 여자와는 청첩장까지 찍어 놓고도 결혼식 일주일을 남겨놓고 파투가 난 적도 있었다. 그 일을 계기로 결국 국제결혼을 해서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되었는데 내가 국제결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현실이 되었다. 내가 아무리 노력했어도 내 배필은 이역만리 캄보디아에 있었던 것.

49세 때 일찍 하늘나라에 가신

우리 큰 형님도 그 좋은 신붓감들 마다하고 철딱서니 없는 여자 만나서 살다가 뇌출혈로 세상을 뜨고 말았는데 총각시절 형님은 대기업에서 잘 나가는 개발과 과장이었다. 직장이 좋아서인지 여기저기 중매도 많이 들어왔었고 어느 날은 같은 회사 직원이라고 어머님께 인사를 시키셨는데 강원도가 고향이셨던 그분은 한눈에 보아도 이쁘고 정말 참한 규수감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 여성분과 형님께서 결혼할 줄 알았지만 어느 날 느닷없이 다른 여자를 데려왔지 무언가?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어린 내 눈에도 그 여자는 아주 싹수가 없어 보였다. 어머님 앞에서 껌을 짝짝 씹어대면서 말하는 본새가 영락없이 가정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주 천박한 여자 같았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형님은 그 여자가 너무 이쁘다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는 것이다. 글쎄... 아무리 지눈에 안경이라 하여도 먼젓번 여자에 비하면 인물도 훨씬 떨어지면서 키도 작고 얼큰이에 교양이라곤 일원반푼어치도 없어 보이는 그 여자에게 형님께서는 필이 꽂히고 말았다.

결국은 그 여자와 결혼하였지만 역시나... 결혼 며칠 후부터 대판 부부싸움을 하더니 걸핏하면 부부싸움을 해대며 어머님 속을 무척 끓였다.
형님께서 이혼을 몇 번 말했을 때 어머님을 비롯한 우리들은 차라리 이혼을 하라고 했었다.
이혼을 했더라면 어쩜 형님께서는 더 오래 살았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끝내 그 여자와 이혼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형님께서는 어느 날, 운동하다가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까지도 그 여자와(형수라고 부르고 싶지도 않다) 부부싸움을 하면서 살았는데 형님이 병이 들면서 여자는 바람까지 피웠다.

우린 그런 사실도 모른 체, 형님께서 돌아가신 후, 며칠 지나지 않아 형제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서
그 여자에게 전세방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여자는 놈팡이 녀석과 그 자식까지 함께 우리 형제들이 마련해 주었던 전세방에서 살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발각되어서 결국 우리 형제들이 그 일당들을 동네에서 쫓아버렸다.
그 후로 어린 조카 두 녀석을 어머님과 내가 키우다시피 하며 살았는데 만약, 형님께서 그 참한 규수와 결혼하셨다면 그렇게 죽지도 않았을 것이고 형님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었다.
형님은 그 천박한 여자를 만나서 살다 갈 수밖에 없었던 운명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