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사법 정의는 있는가.
정수호는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에, 어떻게든지 최대한 범죄 혐의를 밝혀내고 입증함으로써, 범죄자들이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최고의 형벌을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여 수사해 왔었다. 그리고 여전히 정수호의 그런 노력은 계속되고 있었다.
몇 해 전에 발생했던 사건이 하나 있었다.
슬프고 끔찍하고 화가 났던 사건이었다.
과연 정의가 있는 것인지,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던 사건이었다.
사귀던 여자친구와 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중 말다툼을 하다가 여자친구를 실신할 때까지 폭행을 해서 검거되었던 피의자가 한 명 있었다.
20대 후반의 남성 피의자였다.
피의자는 사건 현장에 출동한 관할 지구대 경찰관들에 의해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고, 피해 여성은 119 구급대 차량으로 후송되어 병원에 입원했었다. 피해 여성은 3일간 의식불명이었다가 깨어났고, 전치 12주의 진단을 받았다.
피의자는 평소 술을 마시면 주사가 심했고, 폭행의 습성이 있었다고 여자친구인 피해자가 경찰에 진술했다. 그 사건 후 피해 여성은 피의자인 남자친구를 용서할 마음이 전혀 없었으므로 끝까지 합의를 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아 경찰서에 제출하면서 피의자를 엄벌에 처해 달라고 피해 진술을 하였다. 그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경찰 수사가 진행된 후 사건은 검찰로 송치되었다가 그 후 형사재판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피의자는 경찰수사 단계에서부터 변호사를 선임하였다. 그는 자필로 작성한 수 십장의 반성문을 변호사를 통해서 검찰과 법원에 제출했다. 그리고 자신의 친구들과 지인들을 동원하여 탄원서 여러 장을 작성하여 법원에 제출하게 하였다.
물론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탄원서를 작성해 달라고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부탁했다. 그리고 수백 만원의 공탁금도 법원 공탁소에 냈다. 피의자는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가 조언하는 대로 순순히 따랐다.
피의자는 피해 여성과 사귀는 동안에 폭행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으나,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어 사건화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피해 여성은 이번 사건으로 피해 진술을 할 때, 그전에도 폭행을 당한 것이 여러 번 있었다고 자세히 진술했다.
남자친구의 폭행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전에는 경찰에 신고되거나 검거된 적이 없었기 대문에 범죄 관련 수사자료가 경찰 전산망에 기록이 된 것이 전혀 없었고 전과 기록도 없었다.
그동안은 피해자가 신고를 하지 않아서 사건화 된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경찰 전산망에 기록이 없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즉 이번 사건은 주위의 목격자들이 신고를 해 준 덕분에 경찰이 출동을 했었고, 그 남성 피의자에게는 생전 처음 형사사건 피의자로 입건된 사건이었다. 그리고 경찰 전산망에 등록된 그 남자의 첫 번째 범죄 수사자료 기록이 되었다.
경찰에서는 여성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전치 12주라는 상해진단서를 제출했기 때문에 사건을 심각하게 볼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남성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고, 검찰에서도 사건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었다.
그러나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되었다.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으며,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은 기각이 되었다.
그에 따라 피의자는 즉시 석방이 되었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았다, 수사를 모두 마친 경찰은 피의자를 상습폭행 및 상해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에서는 남자를 같은 혐의로 기소했고, 최종적으로 담당 검사는 법정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 '피의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범죄 혐의를 받아 조사나 수사를 받는 사람이고, '피고인'은 검사가 법원에 공소를 제기하여 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사람임. 즉, 피의자는 수사 단계의 용어이고 피고인은 재판 단계의 용어이며, 검사가 공소(기소)를 하면 피의자에서 피고인으로 신분이 바뀌어 명칭이 달라진다.)
그러나 법원 형사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검사의 구형보다 낮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형사재판부 판사가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이유는 이랬다.
술을 많이 마셔 심신미약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전과가 전혀 없고 초범인 점, 피해자를 위해서 다액의 공탁금을 공탁한 점,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 여럿이 탄원서를 제출했고, 피고인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반성문을 수 십 회 제출한 점 등을 참작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는 것이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자유롭게 수사와 재판을 받았던 남자는 법원 판사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결국 자유의 몸이 되었다.
다만 판사는 피고인이 피해 여성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접근금지 1년’을 함께 명령하였다.
법원 판결 내용은 피해 여성에게도 송달되었다.
경찰에서도 피해 여성에게 위와 같은 내용을 안내해 주었다. 필요하면 경찰에 신변보호 요청을 하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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