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녀장의 시대』 읽고

가족의 역할이 바뀌는 시대를 생각하다

by 수련

1. 책을 읽게 된 계기

건강한 독서 습관을 만들기 위해 브런치 독서 클럽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침 브런치 독서 챌린지에 당첨되어 스페셜 에디션으로 『가녀장의 시대』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인 이슬아작가의 장편소설이라 망설임 없이 바로 읽기 시작했다.


작가는 뉴스레터 ‘일간 이슬아’를 통해 많은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해 왔고, 현재는 헤엄출판사를 운영하며 자신만의 글쓰기 세계를 펼치고 있다. 『가녀장의 시대』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것은 제가 아직 본 적 없는 모양의 가족 드라마입니다. 늠름한 아가씨와 경이로운 아줌마가 서로에게 무엇을 배울지 궁금했습니다. 실수와 만회 속에서 좋은 팀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TV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썼다.” 작가의 말처럼 이 작품은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 온 가족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새로운 형태의 가족 드라마를 보여준다.


2. ‘가녀장의 시대’라는 말의 의미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때 ‘가녀장의 시대’라는 표현이 낯설었다. 무슨 뜻일까 궁금했는데, 읽다 보니 ‘가부장의 시대’와 대비되는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아버지가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가부장적 가족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 틀을 뒤집는다. 딸이 가정의 경제적 중심이 되고 가족이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책을 읽으면서 요즘 사회의 변화가 떠올랐다. 가족의 형태와 역할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으며, 경제적 책임 역시 특정 성별에만 머물지 않는 시대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소설이 독특하면서도 결코 비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3. 현실 속에서도 보이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한 가족의 이야기가 있다. 지인 중에 고깃집을 운영하는 집이 있다.

그 집은 회사원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 속에서도 아들을 잘 키워 성공시키겠다는 마음으로 많은 노력을 했다. 비싼 학원도 보내고 열심히 뒷바라지한 끝에 아들은 서울의 명문대인 K대 경영학과에 입학하게 되었다.


졸업 후 아들은 증권회사에 취직했다. 연봉도 높고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나 실적 경쟁과 수익률에 대한 압박 속에서 스트레스는 점점 커졌다고 한다. 매일 숫자와 경쟁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30대 중반의 나이에 탈모와 불면증까지 겪게 되었다.


결국 그는 삶의 방향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평소 고기를 좋아하고 굽는 데 자신이 있었던 그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에 도전했다. 6개월 동안 수습 생활을 거친 뒤 모은 돈과 퇴직금으로 고깃집을 열었다.

경영학도 답게 꼼꼼한 준비로 처음에는 장사가 잘되었지만 주변에 다른 식당이 생기며 경쟁이 심해지고 운영이 어려움도 생겼다. 재정비하는 차원에서 종업원을 퇴사시키고 결사 반대하던 부모에게 지원 요청을 했다.


아들은 대표이며 식자재 구입과 마케팅을 전담하고,

아버지는 주차 관리와 식당의 청결을 책임지는 김 실장,

어머니는 주방에서 반찬을 전담하는 한 팀장이 되었다.

가족이지만 하나의 조직처럼 역할을 나누어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업장에서는 호칭이 김 대표이고 김실장, 한팀장님이라 했다. 매달 월급을 지급하고, 직원 복지 차원에서 한 달에 두 번 휴일도 정했다고 한다.


67세인 아버지는 퇴직 후 다시 일을 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어머니 역시 가족에게 해주던 반찬 만드는 솜씨를 살려 즐겁게 일하며 월급을 받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처음에는 불안했지만 사업도 안정기에 접어들었고 지금은 유명세를 타면서 대기를 해야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고 했다. 가족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하나의 팀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 가족의 역할은 시대와 함께 변한다

이 이야기를 떠올리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녀장의 시대』가 말하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은 어쩌면 이미 우리 주변에서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변화일지도 모른다. 과거에는 아버지가 가정을 책임지고 다른 가족이 그 질서를 따르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에 따라 딸이 가족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아들이 가족을 이끌기도 하며, 가족이 함께 하나의 팀처럼 살아가기도 한다.


『가녀장의 시대』는 바로 그런 변화하는 가족의 모습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읽었던 이슬아 작가의 글 가운데에서도 특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가족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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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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