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교육 못 받은 아이

by 요릉이

작년 학부모 상담 때 한 학부모님이 와서 자녀의 친구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고 갔다. 그 학부모 님의 말에 따르면 그 친구를 집에 초대했더니 허락 없이 냉장고를 열기도 하고 "나 배고픈데 너네 집에 먹을 거 없어?"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둘은 서로 손절하고 한동안 같이 안 놀았다. 나는 그 상담이 끝나고 한동안 마음이 쓰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한때 인터넷에 "가정교육 못 받은 사람 특징"이라며 여러 가지 행동들이 올라왔는데 그중 하나가 "남의 집 냉장고 함부로 열기"였다. 어쩌면 당연한 행동이고 초대받았으면 지켜야 할 매너다.


부끄럽지만 사실 나도 초등학교 5학년때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냉장고를 열어본 적이 있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때 친하게 지냈던 예린이는 외동딸이었는데 집에 항상 좋은 물건이 많았다. 전자사전, 최신형 핸드폰, 닌텐도 등등. 나는 예린이네 집만 놀러 갔다 오면 엄마한테 예린이를 엄청 부러워했다고 한다. 예린이네에서 놀다가 배가 고파지면 예린이가 냉장고를 열어 먹을 것을 찾아 주곤 했는데 항상 냉장고에 먹을게 가득 차있었다. 특히 나는 슬라이스 치즈가 집에 있는 게 신기했고 너무 먹어보고 싶었다. 참고로 나는 먹성 좋은 형제자매가 둘이나 있어서 냉장고에 간식이 남아나질 않았다. 25평에 다섯 식구가 살만큼 형편이 여유롭진 않았다. 그래서 늘 풍족한 예린이네 냉장고가 신기했고 부러웠고 거기에 든 음식들이 먹어보고 싶었다. 어느 날엔 예린이네 냉장고에 있던 슬라이스 치즈가 너무 먹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예린이네 냉장고를 활짝 열어보며 먹을 거 있냐고 물었고 예린이는 크게 당황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정말 부끄러운 행동이다. 그 당시에 그 행동이 잘못된 행동인건 분명 알고 있었지만 먹어보고 싶은 욕구가 강했고 그 욕구를 통제하지 못했다. 예린이는 이해심이 많고 나누어 주는 것을 좋아하는 훌륭한 성품을 가진 아이였다. 나를 이해해 준 것인지 모르지만 "우리 집에 먹을만한 게 없는데?"라고 하며 냉장고를 뒤적이다가 내가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슬라이스 치즈를 나누어주었다. 슬라이스 치즈가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친구가 우리 집에 와서 냉장고를 열어보고 먹을 것을 달라한다면 그건 매너가 아닌 행동이 맞다. 충분히 불쾌할 수도 있는 일이다. 가정교육을 못 받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나처럼 냉장고가 가득 찬 게 부러워서, 맛있는 음식이 많은 게 부럽고 신기해서 또는 너무 먹어보고 싶어서 못 참고 한 행동일 수도 있다. 예린이처럼 이해해 주거나 그런 행동도 품어준다면 나처럼 평생 고마워하며 기억할지도 모른다.


친구네 집 냉장고를 열고 먹을 걸 달라고 했던 우리 반 여학생은 사실 다문화 가정 자녀다. 어머니께서 한국분이 아니셔서 문화가 달랐을 수도 있고 아니면 나처럼 풍요로운 냉장고가 부럽고 먹어보고 싶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상담이 끝나고 한동안 마음이 아팠고 나의 어린 시절 일화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 학생의 인생에 예린이처럼 따뜻한 친구가 찾아오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