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의 하루는 청소를 하고 집으로 가는 차에 올랐다.
퇴근길은 늘 그렇듯이 하루를 잘 끝내고 가는 길을 마음이 가볍고 뱃속은 출출할 때가 많다.
차를 타고 얼마 가서는 빨간색 신호에 멈췄다. 바로 옆에 새로 생긴 호떡집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호떡을 좋아한다. 마침 카페에 안경을 두고 와서 차를 돌려야 하기도 했고, 그 참에 호떡을 사 줄 테니
가서 사고 기다리라며 딸을 내려 주고 나는 다시 카페로 가서 안경을 찾아 호떡집 앞으로 갔다.
호떡 굽는 시간이 꽤 걸렸고 바로 나온 호떡은 뜨거웠다.
집에 가는 시간이 지체가 되니 피로감이 몰려왔고 괜히 호떡을 산다고 해서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다며
낭비된 시간을 아까와 했다. 나는 운전을 했고 딸은 조수석에 앉아 뜨거운 호떡을 한 입 먹었다.
“엄마, 엄청 뜨거우니깐 엄마는 먹으면 안 될 거 같아. 너무 뜨거워”
어느새 빨간 신호등에 대기하고 있는 틈을 타 나는 먹고 싶은 마음에 내 것을 달라고 했다.
“조심히 조금씩 먹어야 해 엄마 진짜 너무 뜨거워”
“알았어 조심히 먹을게”
뜨겁기는 진짜 겁나게 뜨거웠다. 그나마 나는 씨앗호떡이라 씨앗이 설탕에 범벅이 되다 보니 속에 있는
꿀이 흘러나오지 않아서 먹을만했는데 씨앗이 자꾸 떨어져 두세 번 먹다가 집에 가서 먹겠다며 내려놓았다.
“엄마, 내 호떡은 진짜 너무 뜨거워 한번 먹어볼래요”
“응 그래”
“와 진짜 너무너무 뜨겁다. 지금 먹으면 안 될 거 같아”
“그런데 여태 먹은 건 밀가루뿐이고, 이제 꿀이 나오는 건데”
“그래도, 너무 뜨거워서 지금 먹지 말고 집에 가서 먹어야 할 거 같아”
신호 대기가 끝나고 막 출발을 시작하는 앞차들을 보며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방을 주시하고 있던 나는 갑자기 차가 쿵쿵 소리가 나서 보니 옆에서 딸이 말도 못 하면서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도로 주변에 오토바이가 많다 보니 나는 사고가 났나 싶어 놀란 마음에 아이에게 뭐 하는 거냐면서 화를 냈다.
알고 보니 딸은 호떡에서 나오는 꿀이 너무 뜨거워서 턱과 손에 묻은 꿀 때문에 어찌할 줄 몰라 발을 구르며 뜨거워서 말도 못 하고 손으로 꿀을 받치고 있었던 것이었다.
직진 신호가 떨어져 차는 출발을 했고, 뭐라고 호들갑을 떤다고 나무랐던 사이 딸은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었고, 그사이 빨간 신호에 대기 중인 나는 물티슈를 꺼내서 딸에게 건네주며 닦으라고 했다.
“왜 이렇게 난리니, 집에 가서 먹으라고 했잖아”
“..........”
아무 말이 없어서 옆을 보니 너무 뜨거웠는지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턱과 손에 묻은 꿀을 닦은 물티슈로
턱을 누르고 있었다.
집 주차장에 도착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도 짐을 챙기고 차 안에 있던 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집에 들어와서 겉옷을 벗고 난 뒤 거실에 딸의 얼굴을 보고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어머머, 얘 너 이렇게 심하게 데었던 거야?”
어떻게 어떻게를 연발하는 나를 보며 딸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일단 누워보자 화기를 빼야 할 거 같아”
세상에나 자세히 보니 이미 턱밑은 피부가 한 겹 벗겨진 상황이었다.
‘맙소사, 어쩜 좋아 내가 이 아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차 안에서 폭풍 잔소리를 했던 내 모습을 생각이 나서 너무 미안하고 나 스스로한테도 화가 났다.
그러는 사이 딸의 눈은 이미 충혈될 때로 충혈되었고,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어릴 때부터 그랬어, 늘 내가 다치면 괜찮냐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꼭 혼을 내더라,
내가 평소에도 아프거나 할 때 엄살 한번 부린 적이 없는데, 얼마나 아팠으면 말도 못 하면서
차 안에서 발 구르면서 그렇게 했겠어”
“나는 네가 그런 상황인지 몰랐지, 처음에 뭐 그냥 장난하는 건 줄 알아서 정말 놀라서
너한테 뭐라고 한 거였어”
“그리고 나는 네가 다치면 걱정이 되는데 그 표현을 화를 냈던 거 같아, 네 말이 다 맞네 맞아.
어쩜 좋아 네가 너무 속상했겠다”
울고 있는 딸의 모습은 아파서 눈물이 나기도 하지만 서러워서 나오는 눈물이라는 것을 알았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순간에 나의 변명 같지 않은 말로 딸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아뿔싸 마음과 행동은 왜 이렇게 엇박으로 나가는 것일까?
“엄마, 이럴 때는 괜찮냐고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엄마, 그리고 이럴 때는 엄마가 미안하다고 먼저 말을 해줘야 하는 거잖아”
울면서도 할 말을 또박또박 하는 딸을 보면서 마음 한편으로는 딸이 말로 표현하고 감정을 쏟아 내는
모습이 건강한 마음 상태가 된 거 같아서 희한하게도 내 마음은 안심되고 좋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경이었다.
딸의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고, 엄마인 나의 모습이 너무도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리고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애써 참았다.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하다. 네 이야기 들으니깐 네가 어릴 때부터 그런 말 한마디가
얼마나 상처가 되고 속상했는지 감히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가 너무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 난 이제 괜찮아, 엄마가 앞으로는 내가 걱정이 되면 괜찮냐고 먼저 꼭 물어봐줘”
“응 알았어, 정말 꼭 그렇게 할게, 그리고 엄마 눈물 나올 거 같은데 꾹 참고 있어,
내가 눈물보이면 네가 미안해할까 봐 눈물로 동정심을 유발되면 안 될 거 같아서 말이야”
“영주야, 엄마가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걱정된다고 화내지 않고 걱정되니깐 괜찮냐고 물어볼게,
그리고 그런 행동과 말 조심할게”
“엄마, 엄마 이야기를 들으니깐 엄마가 걱정이 될 때 화를 낸다는 맘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
“고맙다. 그렇게 이해해 줘서 그래도 엄마가 잘못한 거 맞아, 앞으로는 엄마도 정말 신경 써야겠다”
“엄마, 나는 엄마 못할 것 같아. 엄마처럼 그렇게 눈물 참고 말해 주는 것도 쉽지 않은 거 같아”
이 말과 동시에 시선을 다른 곳에 두며 말을 하는 딸의 표정은 이미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받아들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딸이 나를 참 많이 좋아하고 나에게 사랑을 받고 싶어 했었다는 것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서
알게 되었다.
“엄마가 혹시 또 실수할 수 있잖아, 그럴 때는 우리만의 암호명을 만들어서 오늘 밤의 이 일을 기억하면서
엄마가 좀 정신을 차려볼게 어때?”
“좋아, 엄마”
“그럼 암호명을 호떡으로 하자, 그럼 기억이 확 살아날 거 같아”
“엄마, 호떡 좋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나에게 했던 거 기억하고 괜찮냐고 먼저 챙겨주기”
이렇게 그날 밤은 어릴 때부터 상처였던 일들로 힘들었던 이야기 하나를 매듭지은 거 같은
홀가분한 마음이 된 딸의 솔직한 표현이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되는 귀한 밤이 되었다.
얼굴과 손에 난 상처를 보면서 마음의 상처도 컸을 딸에게 나는 그동안 큰 상처를 주었구나.
내가 엄마인데 조금 더 딸을 품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표현해 주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