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인터페이스 시대의 UX 라이팅
Forbes에 게재된 글 Disappearing Act: Why The Best UX Is Nowhere To Be Seen를 바탕으로 UX 라이팅의 미래와 실무 적용 방안에 관해 생각한 지점에 대해 적었어요. 저는 진지한 거 싫어해서.. 가볍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장 심오한 기술은 사라지는 것들이다.
에이브릿지는 앰비언트AI를 이용해 의사가 회진하거나 진료실에서 환자와 상담한 내용을 기록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앰비언트AI를 쉽게 설명하자면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별도의 명령 없이도 상황에 맞는 서비스를 자동으로 제공하는 상시 작동형 인공지능이에요.
앰비언트 AI 시장은 2025년 약 350억 달러 규모로, 2035년까지 연평균 약 25%의 고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또한, 2030년 이후에는 급성장을 기록하며, 2035년에는 3,200억 달러의 가치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네요.
앰비언트 AI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디자인이 급속도로 변화할 거예요. 사용자의 개입이 최소화될 거라 보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로 봐야할까요? 사실 저는 반반인데요. 과거 유비쿼터스의 실패를 봤을 때, 앰비언트 AI도 이와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어떻게 해?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당시 유비쿼터스의 기술적 비전은 시대와 다르게 미래를 바라보고 있었죠. 하지만 사용자 경험, 경제성, 사회적 신뢰, 법제도 등 다방면의 준비가 부족해 실패로 귀결됐어요. 물론, 이후 등장한 사물인터넷(IoT)은 유비쿼터스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유비쿼터스가 시작이고, 사물인터넷이 중간과정이며, 최종적으로 앰비언트트 AI가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와 데이터 기반의 지능화로 진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이러한 변화가 중심이 될 거라는 측면에서 반반이라는 의견을 낸 건데요. 앰비언트 AI는 유비쿼터스 기술과 사용자 경험 중심의 사물인터넷이 융합된 결과물이라 생각하고 있어서죠. 이러한 변화는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보고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UX 라이팅 역시 기존의 버튼 레이블과 오류 메시지를 작성하던 시대에서, 보이지 않는 시스템과 사용자 간의 대화를 설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지 않을까 싶네요. 쉽게 말해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으로, 인식적으로, 있는듯 없는듯,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경험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거죠. 미래의 AI 시스템은 사용자(우리)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우리를 끊임없이 관찰하고 패턴화하면서 추론하고 반응할테니까요.
앞서 말한 변화는 UX 라이팅이 반응보다는 예측으로, 명시적이기 보다는 암시적으로, 일방향보다는 대화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도 의미해요. 사용자가 요청하는 것을 미리 예측하고 먼저 제안해, 일일이 다 설명하던 과거와 다르게 맥락만으로 사용자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는 거죠. 어떻게 보면 미래에는 UX 라이팅이 대화 형태로 바뀌지 않을까 해요.
사실 이 대화 형태라는 것은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어요. 바로 챗봇 영역인데요. 챗봇의 한계는 뚜렷했죠. 우리가 무엇을 물어보더라도, 앵무새처럼 정해진 답만 해줄 수 있었어요. 무늬만 상호작용이지 실제로는 일방적인 대화 주입 방식인 거죠.
그럼 이 형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우리는 새로운 원칙을 세워야 해요. 첫째는 앞서 말한 것처럼 맥락을 인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해요. 시스템이 사용자의 위치, 시간, 활동 상황 등을 모두 이해하고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죠.
예를 들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한 후, 위치 기반으로 '자주 가는 카페가 문 닫기 전에 들러보세요.'라고 말하고, 시간 기반으로는 '좋은 아침이에요. 오늘은 주말이지만 약속이 있어 알람을 켰어요.'라고 말하며, 행동 패턴으로는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네요. 아침보다는 점심에 어울리는 메뉴를 추천드릴게요.'와 같은 방식이죠.
둘째는 예측적 설계예요. 사용자가 요청하기 전에 필요한 것을 예측하고 적절한 시점에 도움을 제공하는 거죠. 저는 보통 시의성이라고 말해요. 이를 위해서는 초개인화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어요. 사용자 행동 패턴 분석을 통해서 예측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제안하고, 불필요한 알림을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죠.
셋째는 감정이에요.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AI 시스템이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적절히 반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예요. 좌절감을 느끼는 사용자에게는 공감하고, 성취를 이룬 사용자에게는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죠. 바로 얼마 전까지는 사용자의 감정을 함부로 예측했다가 난감하게 만들었던 예시들이 많았는데요. AI의 성장은 이러한 상황을 뛰어넘도록 도와줄 것이라 보고 있어요.
우리 일상이 홀로그램으로 점철되지 않는다면, 어김없이 UX 라이팅은 음성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요. 그런 측면에서 음성 인터페이스에 어떻게 접근할지 살펴봐야 하는데요. 우선, 음성 인터페이스는 시각적 단서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접근이 필요해요.
대화는 자연스럽고 인간적이어야 하며, 동시에 명확하고 극 실용적이어야 하죠. 실제 사람과 대화하듯 구성해야 어색함을 느끼지 않을테니까요. 핵심 요소로는 인간의 단기기억력 토대로 정해야 하는데, 인간이 대화할 떄 기억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을 기준으로 삼을 필요가 있어요. 평균 인간의 작업 기억은 3-5개의 청크, 청각 기억은 6-7개의 정보, 음성학적 루프는 2초 분량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간결성을 고려해야 하죠.
또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사람 간의 대화처럼 자연스러운 흐름, 오해의 여지가 없는 명확성, 대화의 흐름과 상황을 고려해 맥락성을 주요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히 음성 인터페이스는 톤이 중요한데요.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감정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브랜드 성격과 일치하는 음성 페르소나, 상황과 맥락에 따른 톤 조절, 문화적 맥락과 예의를 고려해야 해요.
앰비언트 AI는 기술이 환경에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에요. 여기서 UX 라이팅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해요. 구체적으로는 조명, 소리, 진동 등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방해하지 않는 최소한의 텍스트, 상황에 맞는 메시지 등을 통해 사용자 환경을 고려한 피드백을 설계해야 하는 거죠.
스마트 홈, 커넥티드 카, 웨어러블 기기 등에서는 각 기기의 특성을 고려한 메시지를 설계해야 하고, 화면 크기와 상호작용 방식, 사용 상황과 주의 집중도, 개인정보 보호와 공개성을 모두 고려해야 해요. 갑자기 딴 이야기지만, 모든 정보가 공유될 가능성을 고려해 '보안'의 중요도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여요.
그러면 No-UI 환경에 맞게 전환하기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들이 필요해요.
맥락 의존성
대화 접근성
예측 가능성
감정적 적절성
이 4가지 원칙을 중심으로 해당 메시지가 상황 정보 없이도 이해 가능한지, 자연스러운 대화의 일부처럼 느껴지는지, 사용자가 다음 단계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지, 사용자의 감정 상태에 적합한지를 확인해야 해요. 이에 따라 프로세스를 설계하면, 1) 사용자 여정에서 맥락과 감정을 포함하고, 2) 대화 시나리오를 설계해, 3) 멀티모달 경험을 고려하고, 4) 실시간으로 테스트하고 개선이 진행되어야 하죠.
이에 따라 2025년 이후 UX 라이팅 트렌드를 AI 협업의 일상화, 실시간 개인화, 멀티모달 통합, 예측적 콘텐츠로 예측할 수 있어요. AI 도구를 활용해 콘텐츠를 생성하고 최적화 하며, 개별 사용자에 맞춘 실시간 메시지, 텍스트, 음성, 이미지, 제스처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해요.
사실 이 내용은 어려운 개념이 아니에요. 프로액티브(Proactive) 메시지를 의미하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기회를 예측하고, 이를 미리 준비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행동을 요구하는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임한다고 보면 되는 거예요.
즉, UX 라이터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으며, 대화 설계 역량, AI와 머신러닝에 대한 기본 이해, 데이터 분석과 사용자 행동 패턴 해석 능력, 멀티모달 경험 설계 역량 등이 새로운 트렌드를 좇을 수 있는 역량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거라 봐요.
그러면 지금 현업에 종사하는 UX 라이터는 어떻게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을까?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봐요. 프로덕트의 대화형 시나리오를 작성하거나, 맥락적 메시지를 설계하거나, AI 도구를 활용해 콘텐츠를 회적화하는 거죠. 기존 UI 요소를 음성 명령으로 변환해 보는 것도 해당돼요.
또한, 사용자의 위치, 시간, 이전 행동을 고려한 메시지를 작성하고 A/B 테스트를 통해 효과를 검증하며, ChatGPT나 Claude 등을 활용한 톤앤매너 실험과 다양한 상황별 메시지 변형해 생성해 보는 것도 해당이 되고요. 저는 그나마 음성 메시지도 다룰 수 있는 분야라 시도의 범위가 넓은 상황이기도 하네요.
중장기적으로는 팀 내 AI 리터러시 향상,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프로세스 구축, 멀티모달 경험 설계 역량 개발,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적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수립해야 하죠. 이 시점부터 UX 라이터는 더 이상 화면 위의 텍스트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 간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설계하는 역할로 진화하지 않을까 하네요.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인터페이스는 사라지지만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사실이에요. 이를 뒷받침하는 역량이 맥락과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고, 예측적이고 프로액티브(Proactive)한 접근을 어떻게 할 수 있냐도 봐야하고요. 이때, AI가 우리를 열심히 도와줄 거예요.
No-UI 시대의 UX 라이팅은 단순히 텍스트를 작성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과 기술 간의 의미 있는 관계를 구축하는 일로 성장할 거라 생각하는데, 어떠신가요? 보이지 않는 인터페이스 뒤에서 더욱 인간적인 경험을 만드는 일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