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자동화를 기획하다
1. 문제의 시작, 범접할 수 없는 숫자의 메일이 쌓이기 시작한다면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어요. 주말 동안 쌓인 메일을 확인하려고 메일함을 열었는데, 스크롤이 끝나지 않더라고요. 내려도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았죠. 거의 무한 스크롤링이었어요.
Lokalise에서 온 댓글 알림 메일이었어요. 하루 평균 50개, 많을 때는 100개도 오기도 해요. 일주일로 치면 주당 3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왜 이렇게 많은 메일이 왔을까요? 해외 언어 검수자들이 모든 사람을 태그해서 댓글을 달았다는 거예요.
2. 진짜 문제, 1~2줄의 댓글이 메일로 날아온다면?
댓글 하나는 별거 아니에요. 1~2줄에 불과하니까요. "이 문구 번역이 맞는지 확인해 주세요", "해당 맥락은 어떻게 되나요?, "메타데이터 확인해 주세요." 같은 짧은 메시지들이었죠.
하지만 이게 하나씩 쌓이기 시작하면? 메일함에는 수백 개의 확인할 수 없는 메일이 쌓이게 되는 거죠. 더 큰 문제는 메일을 하나하나 열어봐야만 알 수 있다는 거였어요.
- 이거 내가 속한 피쳐인가?
- 어떤 지점이 중요한가?
- 누가 이미 답변했나?
- 이 댓글에 답변을 해야 하나?
특히, 미국 검수자 한 분은 @A @B @C 이런 식으로 모든 댓글에, 모든 사람을 태그했기 때문에, 제 메일함에도, 동료 메일함에도, 같은 알림이 도착했어요. 멘션이라는 좋은 기능이, 결국 "이걸 언제 다 확인해?"라는 혼란과 함께 확인하기 어려워지는 '덫'이 되어버린 거죠.
3. 병목, 기능 담당자들이 너무 바빠서 댓글을 확인하지 못한다.
저는 UX 라이팅도 하지만, 다국어도 담당하고 있어요. 혼자죠. 그리고 기능 담당자는 12명이에요. 저는 12명이 손에 쥔 기능을 대부분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모든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계가 있죠.
권역 담당자는 '저희'에게 항상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는데요.
"이 기능은 어떻게 작동하나요?"
"이 문구는 어느 맥락에서 나오나요?"
"이 변수에 NNN 들어가는게 맞나요?"
"제가 확인했을 때, 이 맥락인데 문구는 이렇게 들어가 있어요. 확인해 주세요."
정말 쉬운 질문은 '번역이 맞냐, 한국어와 어긋나는 지점이 없냐' 정도예요. 제가 쉽게 답할 수 있죠. 하지만 사양과 관련되었거나 맥락, 기능 업데이트 등 조금만 복잡해지면, 저는 매번 이런 질문을 12명에게 하나씩 물어보고, 답변을 받아서, 다시 권역 담당자에게 전달해야 해요.
이처럼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는 건 저 '혼자'뿐이에요. 우리 기획자들은 질문 답변 외에도 해야할 일이 많거든요. 진짜 너무 많아요. 자동차 특성 상, 하나의 기능에 들어가는 사양과 UX, 관련팀과의 커뮤니케이션 등 끝이 없거든요.
이 때문에 길게는 3달까지 댓글에 답변을 달지 못해요. 권역 담당자들은 답답해하죠. 결국, "왜 이렇게 답변이 안 오죠?"라는 메시지가 또 메일함에 쌓였어요.
4. 전환점: "이거 자동화하면 안 될까?"
어느 날, 메일함을 보다가 문득 생각했어요.
"이 댓글들, 전부 Lokalise API로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저는 평소 AI를 활용해 Python으로 작은 스크립트를 짜거나, 바이브코딩을 하고 있었거든요. Lokalise는 REST API를 제공하고 있었고, Python으로 호출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스크립트를 만들기 쉬웠다는 거예요. VS Code에 심어놓은 local agent가 '다 만들어 줬거든요.'
5. 설계: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까?
저는 단순히 댓글을 수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진짜 원한 건 다음과 같았어요.
1) 모든 댓글을 한눈에 보기
- 메일 하나하나 열지 않고
- 댓글 히스토리를 추적하고
- 중요한 이슈를 우선순위로 파악하기
2) 빠르게 답변하기
- 누가 마지막으로 댓글을 달았는지
- 어떤 Key에 대한 논의인지
- 답변 초안이 자동으로 생성되면 좋겠고
3) 팀과 공유하기
- 기획 담당자들도 즉시 확인할 수 있게
- 스크립트 실행만 하면 자동 업데이트되게
-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형태로
이 세 가지를 만족하는 시스템을 설계하기 시작했어요.
6. 시스템 설계 및 구축은 AI(Python + API + Excel + HTML)로 했어요
시스템 구조는 이렇게 짰어요:
Step 1: Python + Lokalise API
- Lokalise API로 댓글 자동 수집
- 5,000개의 댓글 히스토리를 한 번에 가져옴
- 중복 제거 후 최신 100개만 표시
- 쓰레드 형태로, 같은 Key 값에 대한 댓글 목록 한번에 나열
- cron으로 자동화
Step 2: Excel로 정리
- 댓글 내용, 작성자, 날짜, Key 정보 정리
- 각 Key별로 마지막 댓글 작성자 추적
- 내(해당 팀원이)가 이미 답변한 Key는 제외
Step 3: AI가 답변 초안 생성
- Excel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댓글 확인
- 패턴 분석 (감사 표현, 검증 중, 질문 등)
- 맥락에 맞는 답변 초안 자동 생성
Step 4: HTML로 시각화
- 검색 기능 포함
- 복사 버튼으로 답변 즉시 사용
Step 5: 공유 폴더에 배포
- 스크립트 실행 → 공유 폴더 자동 업데이트
- 기획 담당자들도 즉시 확인 가능
- 누구나 최신 댓글 상태 파악
7. 실행, 첫 번째 스크립트를 돌렸을 때
처음 스크립트를 실행했을 때, 엉망이었어요. 로컬라이즈보다 확인하기 더 어려웠거든요. 차라리 key 값을 눌러서 확인하고 말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어요. 특히, 처음에는 Excel로 가져오게 했는데, 확인하기 어렵더라고요.
AI와 1시간을 함께 고친 끝에, HTML로 변환하여 보여주는 시각화에 대한 문제 해결도 마련할 수 있게 되었죠. 그 순간 생각했죠. "아, 이제 메일함 열지 않아도 되겠구나."
HTML 파일은 모든 댓글이 카드 형태로 정리돼 있고, 검색창에 Key를 입력하면 즉시 필터링됐고, 각 댓글마다 "답변 초안"이 생성돼 있어요.
"질문: What is the variable?
답변 초안: The variable is the service name or app name (e.g., xxx)"
이 정도만 있어도 제 업무 속도는 몇 배는 빨라질 거 같았어요.
8. 변화, 실시간 답변으로 문제 해결
스크립트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제 업무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전에는
1. 메일함을 열어서 50~100개의 메일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답변 어떻게 하지?", "이 기능 뭐지?" 생각했어요.
2. 12명 기능 담당자에게 물어보고 답변을 기다렸죠.
3. 권역 담당자에게 답변 다는 소모적인 과정을 거쳤어요.
이 후에는
1. AI가 매일 아침 제 출근 시간에 맞춰 돌려준 스크립트를 확인해요.
2. HTML 파일을 열고 답변 필요한 댓글의 맥락을 파악하죠.
3. 메일은 확인을 안해요. 그냥 '읽음 처리'로 끝내죠.
4. 한눈에 파악할 수 있으니, 빠르게 기능 담당자에게 질문하도 답변을 전달해요.
5. 추가로 답변 초안이 있으니, 기능이나, 맥락 파악이 필요없는 케이스는 제가 즉시 답변해요.
가장 큰 변화는 답변 속도였어요. 길게는 3달까지 댓글을 달지 않던 걸, 일주일 이내로 해결할 수 있게 됐거든요.
9. 임팩트, 권역 담당자들의 문제 해결
건너팀 외국인 UX Writer에게 들었어요. 권역 담당자가 저를 'Moose'라고 부른대요. Mooseong 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저희 사장님 이름 따다가 붙임)
US 담당자도 좋아했어요. 이전에는 질문을 던져도 언제 답변이 올지 몰라서 프로젝트 일정이 자꾸 밀렸는데, 이제는 일주일 이내로 모든 댓글에 답변이 달리니까 번역 및 검수에 대한 타임라인 계획하기 수월해졌대요.
우리 파트원들도 좋아해 주셔요. 어떻게 보면 UX 기획하시는 분들께 다국어는 복잡하고, 귀찮은 추가적인 업무이거든요. 우리 파트원들의 Pain Point를 해결했다는 점에서 저는 만족해요.
무엇보다 제가 더 이상 병목(Bottleneck)이 아니라는 게 중요했어요. 품질이나 일관성보다, 빠르게 댓글을 달아서 주요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핵심이었거든요. 그리고 그게 가능해진 거죠.
10. 확장, 파트 전체가 쓰는 시스템
이제 이 시스템은 제 개인 도구가 아니라, 팀 전체의 표준이 됐어요.
매일 아침 스크립트가 자동으로 실행되고, 공유 폴더에 최신 HTML 파일이 업데이트돼요. 기획 담당자들도 필요할 때마다 공유 폴더를 열어서 최신 댓글 상태를 확인할 수 있죠.
"오늘 어떤 이슈가 올라왔어요?"
"UK에서 무슨 질문했어요?"
"이 Key 답변했어요?"
이제 이런 질문들은 HTML 파일 하나로 모두 해결돼요.
11. 갈길이 멀다. UX 라이터는 '시스템'을 설계하는 사람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UX 라이터의 역할이 '글 쓰는 사람'을 넘어 '흐름을 설계하는 사람'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거예요.
제가 만든 건 단순한 '스크립트'가 아니었어요. 정보의 흐름(Flow)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구조화(Schema)하고, AI를 도구로 활용해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Text Engineering'의 한 사례였던 거죠.
코드를 완벽하게 알 필요 없어요. 코딩을 전문가처럼 할 필요도 없고요.
중요한 건,
1.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고
2.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3. AI와 협업해 빠르게 해결책을 설계하자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UX 라이터의 다음 지향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