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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에 세운 거울

by 서원


나는 내 말을

상대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말하면서

정작 상대의 말은

내 생각에 가둬버린다


"공감"이라는 단어를

남에게는 쥐어짜 내어서라도 해야 한다 하고

나에게는 공감되게 말함을 강요한다


오해란 사실 거창한 게 아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라면서

입장은 도무지 바꿀 생각 없는

그 고집스러움


네가 이해하는 건 사실 너 자신뿐

너는 네 마음을 옹호하기 급급하다


그러니 오늘도 우리는 웃긴다

"나를 이해해 줘"라고 외치며

상대의 말은 "네가 그럴 수 있어?라고 잘라낸다


오해는 서로를 향한 벽이 아니라

내 안에 세운 거울이다

나는 상대를 거울 속에서만 본다

그가 말한다

거울 속에 내 얼굴을 하고서


결국 오해의 미학은 단순하다

너를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나를 이해하기에

너를 오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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