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과 만남의 기적
목련화가 '후드득' 바람에 떨어지고
그의 아내도 봄의 계절과 함께
영원한 꽃이 되었다.
사계절이 지난봄의 끝자락
그의 유럽식 정원에는
'나풀나풀' 하얀 드레스의 나비와
턱시도 입은 벌들이
쌍을 이뤄 춤을 추고
우리네 가슴에도 파스텔 향기를 내뿜는다
봄 빛 속에 따스한 웃음소리 맴돌 때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상실감으로 눈물자국이 짙게 깔린
움푹 파인 그의 눈망울
퀭한 볼은 지나온 시간을 말해주었다
20년 전 이별을 하며
세상이라는 무대로 홀로 나와
두 딸을 키우며 바삐 살아온 그녀는
세월 끝에서야 이제 겨우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젊은 시절의 시간을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메워오면서
사랑은 잊은 지 오래였다
그런 두 사람이
봄이 지나가기 전 우연처럼 마주쳤다
한쪽 모퉁이에는
하늘이 내려앉은 정원의 별 꽃들이
나지막이 가는 봄을 노래하였고
데이지 꽃잎은 바람에
하늘 거리며 창가를 스쳤다
둘은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그의 상실은
그녀의 맑고 순수함에 위로를
두 눈 속에서 평온함을 느꼈다
그녀의 세월은
그의 온화한 눈빛과 환한 미소
온유한 말속에서 잔잔한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그는 상실의 깊이만큼
그녀는 사랑을 잊은 세월만큼
조용하고도 은근한 사랑이 시작되었다
장년의 그들은 확신했다
젊음이 지나도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는 걸
그대가 손을 잡아준다면
다시 살아 볼 수 있다는 걸
그래서 결심했다
남은 생을 함께 걸어가자고
작은 대지 위에 우리의 집을 짓고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같은 방향으로
손잡고 걸어가는 삶을 살아보자고
사랑은 새로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잃었던 봄이 다시 돌아오는 일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