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욕구를 마주하고 있는가
카피라이팅, 콘텐츠라이팅, UX라이팅.
내가 이 세 가지를 구분하는 방법은 내 글이 마주하고 있는 사람의 욕구다. 카피라이팅의 대상은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잘 사고 싶은 욕구를 상대한다. 콘텐츠라이팅은 궁금증을 풀고 싶거나,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거나,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 싶거나, 무언가를 더 심도 있게 알고 싶어 하는 욕구를 보게 된다. 그리고 UX라이팅은 호텔 로비에 들어섰을 때 나를 알아봐 주고 내가 원하는 곳으로 안내해 주길 바라는 인정 욕구를 마주하게 된다. 이렇게 나는 내가 어떤 욕구를 가진 사람을 위해 글을 쓰는가로 구분해서 쓴다.
그러다 보니 내가 보기에 카피라이터가 적합한 사람, 콘텐츠라이터가 어울리는 사람, UX라이터에 재능이 있는 사람도 다르다. 카피라이터는 같은 말을 해도 왠지 이 사람이 얘기하면 내 얘기 같고 납득이 가는 사람이 어울린다. 콘텐츠라이터는 어려운 이야기도 쉽게 설명해 주는 사람, 이 사람이 말하면 귀에 쏙쏙 들어오는 사람, 핵심을 잘 정리해서 딱딱 알려주는 사람이 어울린다. UX라이터는 이런 사람이다. 같은 말을 해도 예쁘게 하는 사람.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스스로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고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 마주하는 사람이 누구든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신사 같은 사람이 UX라이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물론 이건 나만의 기준이다. 실제로 콘텐츠라이팅을 하는 분이나 UX라이팅을 하는 분이 이 글을 보고 아닌데? 그런 사람 아니어도 잘하는데?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욕구를 상대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은 글을 쓰는 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회사 메일을 쓸 때도 그렇다. 메일을 받을 사람이 일의 진척도에 대해 알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 그에 맞는 내용을 담아 메일을 쓰면 된다.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고 당혹스러워하는 팀원에게 메일을 쓸 때면 당혹감을 풀어줄 수 있는 내용으로 메일을 보내주면 된다. 이렇게 보는 사람 욕구에 맞춘 글쓰기는 내 경험상 꽤 유용한 기술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글쓰기의 기술로도 괜찮은 방법이다. 문제는 욕구와 동의 어니까. 물론 작가 내면에서 터져 나오려 하는 것들을 작가만의 스타일로 풀어내는 글쓰기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나와는 다른 재능을 선사받은 헤르만 헤세 같은 분들의 장점이다. 다른 장점을 받은 나는 오늘도 카피를 쓰기 전에 내 글을 봐주는 사람의 욕구를 살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