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팔았을까

by 일조

네이밍.

나는 이름을 잘 짓는다.

내가 생각해도 그쪽으론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나는 5~6살 때부터 길가의 간판들을

보면서 가게 이름을 중얼중얼거리면서 다녔었다.

지금도 아내와 길을 다니면

간판들 이름을 보고

저 집은 뭐래! 저 집은 이렇게 하겠대~ 하면서

이야기해 준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 보니

나는 이름을 잘 짓는다기보다

이름 짓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애기 이름을

야몽야몽 많이 먹고살라고

야몽이라고 지었고

낡았지만 타는 맛이 있는

우리 차 이름은 달구지라고 지었다.

집에 있는 가면의 이름은

훠우이다.

입 모양이 훠우~~ 하는 것처럼

동그랗게 모여있고 눈은

보살처럼 가늘게 웃고 있어

그런 웃는 모양새를 이름에 담아

기분 좋게 지어 보았다.

그리고 출근할 때마다

훠우~ 오늘도 잘 지내~ 하고

집을 나서곤 했다.

몸은 하얗고 아랫도리 무늬만

회색인 손님 고양이는

어쩐지 속옷만 입고 있는 것 같아

빤스라고 이름을 불러 주었다.

이번 주에 숨고를 통해

나에게 이름 의뢰를 주신 분이

계셨다.

나는 그분이 하고 싶으신

뜻을 담아서

몇 개의 이름을 제안해 드렸고

그분은 그중에서

마음에 드는 세 개를 골라

원하는 플랫폼에 적용해

쓰시기로 하셨다.

그리고 좋은 이름 지어 주셔서

고맙다며

커피와 케이크 쿠폰을 보내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이 마음이 뭔가 싶었다.

내가 정말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말도 못 하게 웅장해졌다.

말 그대로

웅장해졌다.

보수 때문이 아니었다.

보내주신 기프티콘이

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했다.

이름을 지으면서

잘 되셨으면 좋겠다고

중얼중얼 기도드리듯이

혼자 미친놈처럼 웃으면서

좋다 생각되는 이름을 지어 드렸었다.

그 마음이 닿은 것 같아

참 감사했다.

내가 숨고를 시작한 것은

팔리는 글쓰기란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증명해 보이고 싶어서였다.

이번 의뢰인 님 덕분에

나는 하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팔리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정말 좋아하며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쓰는 시간 자체가 좋아질 때

에너지가 가득 담긴 글이 써지고

그런 글이라야 뜻이

오롯하고 온전하게

전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제안했던 이름 중에

내 마음에 쏙 드는 두 개가 있었다.

그 두 개를 의뢰인이 좋아해 주셨고

의뢰인이 무엇을 고르셨는지

몰랐던 아내도

딱 그 두 이름을 짚으면서

이게 정말 좋다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진심을 팔았고

의뢰인께서는 그 마음을 사 주셨다.

너무 감사하다.




이 녀석 이름이 훠우이다. "훠우~~~" 하면서 아침마다 인사를 나눈다. 그러면 잘 다녀오라마~~ 휘우휘우 하면서 휘파람을 불어주는 것 같다. 그럼 나는 기분 좋게 출근을 한다. 퇴근할 때 돌아올 때면 힘이 들어서 얼굴이 죽상을 하고 문을 열었다가 훠우의 웃는 얼굴을 보면 나도 "훠우~~ 오늘 재밌게 잘 다녀왔어" 하고 인사를 해 준다. 그러면 기분이 풀리고 좋은 마음이 찾아온다. 이름에는 힘이 있다. 나에게는 특히 그렇다.


토요일 연재
이전 19화아찔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