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시대의 카피라이터

숨은 의도

by 일조

최근 재미있게 본 카피가 있다. <소비 잔소리>다. 모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앱에서 이 카피를 보고 잠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통의 잔소리는 과소비에 하는 것이지, 소비 자체에 대고 잔소리를 하지는 않지 않은가?라고 의아해했다. 그러다 최근 확산되고 있다는 거지방이나 무지출 챌린지 같은 현상이 떠올랐다. 아하, 어쩌면 지금 시대는 과소비가 아니라 소비 자체가 부정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납득이 되었다. 보통 잔소리는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거나 하지 않아야 할 행동을 했을 때 붙는 단어다. 그 단어를 소비에 붙여서 소비를 '하지 않아야 할 행동'으로 만들어 보였다. 카피라이터가 단어와 단어를 붙일 때는 목적한 바가 있다. 그런 의도에서 소비 잔소리는 참 좋은 카피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같은 맥락에서 내가 또 참 잘 붙였다라고 생각하는 조합이 있다. 바로 <숨은 자산>이다. 나는 내 자산을 부동산, 금융상품, 예적금으로 바꿔서 보관하고 있다. 그런데 숨은 이라는 단어를 자산에 붙이니 마치 내가 모르고 있는 내 자산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았다. 내 관리를 벗어나서 혼자 놀고 있는 내 자산이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도 생겼다. 흔히 쓰는 자산 관리라는 표현을 썼다면 이렇게까지 궁금해하진 않았을 것이다. 내가 모르고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 사람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감정이 만들어지는 동인을 여러 갈래로 연구한 사람들이 카피를 잘 쓴다. 인간 감정에 감도 높은 사람들이 카피를 잘 쓴달까. 오늘 잘 쓴 카피들을 봐서 기분이 정말 좋다. 많이 배웠다. 그리고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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