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시대의 카피라이터

진정성에 대하여

by 일조

Authentic.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전 웹스터에서 해마다 선정하는 올해의 단어 중 2023년 단어다. 22년에는 가스라이팅, 21년에는 백신, 20년에는 팬데믹이었다. 진짜, 진품을 뜻하는 Authentic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배경에는 AI 때문일 것이다. 진짜 같은 가짜가 메인 스트림이 되어가고 있고, 그래서 반대급부로 진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가치롭게 다가오는 해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요즘 유튜브 영상을 보면 AI 음성을 얹혀서 광고하는 콘텐츠가 참 많다. 제작 속도면에서 효율이 뛰어난 것은 분명하다. 비용을 아끼는 좋은 선택임에도 확실하다. 나는 궁금하다. AI 보이스로 콘텐츠를 제작하였을 때 실제 판매 되는 제품의 개수가 전과 비교했을 때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지. 늘어나는 것과 줄어드는 것 둘 다 의미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는 거래의 기본은 신뢰라고 보는데 AI 보이스로 판매를 해도 제품이 잘 팔린다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AI를 의심하지 않는다는 시그널일 수 있다. 저 메시지가 AI가 만들어낸 메시지이고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메시지는 현실 세상과 다를 수 있다는 의심을 점점 더 안 하게 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여기까지 생각하다 보면 카피라이터의 미래가 암울해 보인다. 실제로 중국의 한 광고대행사는 앞으로 영영 카피라이터 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선포했다. 최근 어느 빅테크 기업은 광고담당부서에서 3만 명이 넘는 인원을 감축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시대가 반갑다. 실제로 업무에 AI를 많이 활용하고 있지만 AI는 제공을 할 뿐 주장을 하지는 못한다. 무한대로 펼쳐 놓기는 잘 하지만 무한한 자료 속에서 무의미해 보이는 자료들 간에 의미와 맥락을 상상하지 못하고 독창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일은 하지 못한다. 나만의 주장을 나만의 어조로 제안하는 것은 온전히 내 차지다. 내가 보기엔 진정성이 황금인 시대가 오고 있다. 카피라이터가 잘 쓴 한 글자 한 글자가 더 가치롭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AI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이 오면 나는 더 사람다운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부의 깨달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