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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프니 엄마야

16화. 엄마는 학교에 왜 안 와?

by 권에스더

내반 친구 중에 엄마가 수필가인 아이가 있었다.

무슨 글을 쓰냐고 물으니 수필가라 했다.

수필집을 하나 냈다 했다.


그 시절은 엄마가 일하는 집도 드물고 거기다 글을 쓴다 하면 배움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학력도 그리 높지 않았다. 그러니 은근히 부러웠다.


엄마는 글을 쓰느라 시간이 부족해 장을 보러 아빠가 시장에 가곤 해서 동에 소문이 났다.


사실 아빠는 화학약품공장을 운영하셔서 더 바쁠 것 같은데 아빠가 장을 봤다. 그것도 퇴근길에 양복 입은 채로 장바구니를 들고 나섰다.

아빠는 동글동글하고 잘생겼는데 키가 작았다,


하루는 그 애 엄마가 학교에 오셨다.

엄마는 크고 뚱뚱했는데 그 엄마가 나타나자 학교에 향수냄새가 진동을 했다.

우리 엄마는 향수가 없었는데...

나일론 살색 스타킹도 신고 계셨다.

그때는 스타킹도 귀했다.

"부자구나!"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 엄마가 육성회장이라 그런지 담임선생님은 쩔쩔매셨다. 무척 반기며 다소곳한 행동을 취하셨다.


학교바닥이 거친 나무바닥이라 그 엄마는 학교 안으로 들어오기를 꺼려하더니 아들 실내화를 가져오라 하여 그것을 질질 끌며 교실로 들어오셨다.


다음날 3월 월례고사 성적이 나왔다.

선생님은 전교 1등이 그 아이라며 박수를 치라하며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셨다. 그러시더니 내가 전교 2등을 했는데 우연이라고 하셨다. 박수도 없었다.


난 너무 속상해서 집에 가서 엄마가 학교에 안 오니까 선생님이 그러시는 거라며 울었다.

엄마는 "어떻게 맨손으로 가니?" 하셨다.

그럼 어떠냐고 가야 한다며 울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엄마한테 떼를 쓰던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든다. 잘못한 것은 선생님인데!

9살 자라나는 어린아이에게 굳이 그렇게 말을 했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몸에 꽂힌 비수는 자기가 빼면 되지만 마음에 꽂힌 비수는 자기가 못 뺀다. 오랜 시간이 빼주던지 어떤 계기가 있어야 빠진다.

그 선생님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기억하고 싶은 얼굴이 아닌데 기억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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