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남의 살
독일로 간지 몇 달이 지나 어머님이 오셨다.
먼 길 오시느라 힘도 드셨을 것이고 반갑기도 해서 어머님의 손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어머님은 급히 손을 빼며 "나는 남의 살 닿는 것 싫다!" 참 무안했다.
머릿속에 "남의 살!"이란 말이 맴돌았다.
여태 손을 잡으며 남의 살을 잡는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냥 손을 잡은 건데...
그때가 독일에선 더운 여름은 지나가는 8월 말이었다.
어느 해는 9월 날씨가 좋아 단풍도 예쁘게 드는데
그해는 별안간 기온이 떨어지는 불안정한 날씨였다.
어느 날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이 불자 어머님이 추워하셨다.
여름옷만 챙겨 오신 어머님이 입을 것이 없어 사러 다녔지만 알맞게 다 마련할 수는 없어 내가 독일 올 때 가져온 내복을 드렸다.
상자에 든 채로 드렸는데도 어머님은 "난 남의 살 닿던 것은 안 입는다!" 하셨다.
"그거 새것이에요."라 하자 입으셨다.
난 그해 "남의 살"이란 말이 참 이상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자식의 살은 남의 살 아닌가?
남편의 살은 자기 살인가?
다 남의 살을 만지며 사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닌가...
누가 자기 살만 만지며 살까?
남의 살이란 말은 더럽다는 뜻인가....
며느리인 내 살만 남의 살인가? 며느리라 남인가...
뭐가 그리 더러울까...
다가가기 어려운 분이란 생각이 들었다.
괜히 다가가다 상처받지 말자!
그래 원하시는 대로 멀리 떨어져 있자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