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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며느리로 산다는 것

25화. 암에 걸린 어머니

by 권에스더

평상시 어머님은 병원이 무섭다며 통 병원에 가시질 않았다. 그리고 아픈데도 없는데 무엇하러 가냐며 신경을 쓰질 않으셨다.

그러다 어느 날 배가 아프시다고 밤에 응급실에 가셨다.


여러 가지 검사 끝에 위암 말기로 식도까지 거의 막혀가는 상태라 했다.

의사는 좀 있으면 물도 못 마시게 생겼다고 했다.


빨리 수술을 해야 하니 간병이 문제였다.

간병인을 쓰자니 어머님이 "난 남이랑 있는 것 싫다!" 하셨다.

그러니 막내 시동생과 며느리들이 밤에 같이 자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데 난 그때 매일 일을 나가야 하고 자리를 바꾸면 못 자는 체질이라 병원에서 간병할 수 없다 했더니 시동생이 그럼 간병인 값을 내라 했다. 그러지 않아도 낼생각이었는데 막상 그렇게 말을 하니 기분이 나빴다.

"그냥 형편 되는 자식이 하는 것 아닌가? 세금 걷듯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 후 힘들어지자 어머님은 아버님 때문에 병에 걸린 것이라고 아버님을 원망하기 시작을 하였다.

밥 해대느라 고생시켜 병이 났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달을 병원에 계시다 퇴원을 하시고 먹는 항암을 열 번 하셨다.


항암 때문에 구토가 심해지면 "그냥 죽는다는 것을 수술시켜서 이 고생을 시킨다!"며 온 식구를 원망하셨다.

그러던 어머님이 질병을 이겨내셨다.

심각한 상황이었는데 완치가 되셨다.


어머님은 나한테 "아버님이 하나님 일을 많이 하셔서 아버님 밥해주라고 살려주신 거다!"라 하셨다.

"아니 누구 인생은 밥이나 하라고 살려주신다는 게 말이되요?"라 해도 맞다고 하셨다.


실제 아버님이 편찮으셔서 못 주무시고 밤에 불편해 소리를 지르실 때 "저이 때문에 내가 먼저 죽게 생겼다."라고 우리만 보면 하소연을 하셨다.

아니 하나님이 아버님 챙기라고 살려주셨다는 것이 사실이면 참고 조용히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삐딱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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