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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속 거울에 비친 나

한 권의 책, 그 안에 담긴 나와 타인의 이야기

어느 날,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을 받던 중이었습니다.


사람을 돌보고 이해하는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묵직하고도 따뜻한 시간이었죠.


그때 만난 책 한 권.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을 읽다』—


놀랍게도,

그 책의 저자는 바로 눈앞에서 강의를 해주시는

강사님과 그분의 친구분이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서

책장을 펼쳤습니다.


책과 저자를 동시에 만난 순간은

단순한 교육과정을 넘어선,

묘하게도 운명적인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신화 속 신들을 통해 나를 비추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신화 속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성격 유형을 아홉 가지로 분류해 분석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우리 안의 본성을 돌아보게 하는 깊이 있는 여정이었습니다.


신들의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건,

그들이 ‘절대적 존재’이기 전에

너무나도 ‘인간적’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랑, 질투, 분노, 욕망에 휘둘리는

제우스나 아프로디테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 자신의 거울이었습니다.


책장을 넘길수록,

제 삶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신화 속 인물들과 하나씩 겹쳐지는 신기한 경험을 했습니다.


관계의 반복, 감정의 패턴. 그 복잡한 퍼즐을

이 책은 아홉 가지 성격 유형으로 풀어내며,

인간 내면의 지도를 선명하게 펼쳐 보였습니다.



에로스의 화살처럼 자유로운 어떤 사람


특히 인상 깊었던 인물은

사랑의 신 에로스였습니다.


그는 마음 가는 대로 사랑의 화살을 쏘는,

자유로운 영혼의 상징입니다.


책에서는 에로스를

‘낙천가 유형(애니어그램 7번)'으로 분류하며,

자신만의 직관과 본능을 따라 사는 사람들의 전형으로 소개해습니다.


그 모습을 읽는 순간,

제 주변의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몇 년 전 함께 일했던 동료였는데,

늘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고,

감정에 충실하게 말하고 행동하던 사람이었죠.


가끔은 무모해 보일 만큼 자유롭고,

예측 불가능했지만,

그 안엔 삶을 향한 순수한 열정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누구보다 삶을 즐기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었죠.

그 자유로운 영혼이, 에로스와 참 닮았더라고요


그리스 신화 속 신들의 상징은,

결국 우리 모두가 가진 성격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애니어그램과 신화의 놀라운 연결


무엇보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신화 속 인물들과

애니어그램 9가지 성격 유형을 연결해 해석했다는 것입니다.


"이 신은 이 유형이구나."

"그 친구는 저런 성향이었지."


읽다 보면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성격과 관계의 본질이

훨씬 명료하게 느껴졌습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이 책은, 마치 신화 속 한 장면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들의 원형을 이해하는 것은 곧,

나를 이해하는 일이기도 했습니다.



내 삶에서 만난 책, 내 마음에 남은 이야기


강사님이 직접 저술하신 이 책을

교육 중에 만나게 된 건, 제게 참으로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이라는

섬세한 영역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공감하는 데 있어,

이 책은 단순히 지식을 넘어선

깊은 이해와 통찰력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우리 주변의 다양하고

때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성격들을

신화 속 이야기를 통해

유쾌하고 지혜롭게 풀어내며,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게 해 주었으니까요.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을 읽다』는 단순한 인문학 책이 아니었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라는 역할을 준비하며,

그 안에서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워가던 제게

이 책은 하나의 거울이자, 조용한 안내자처럼 다가왔습니다.


신들의 이야기 속에서

낯설지 않은 감정들을 만났고,

그 감정들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때로는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을 때,

때로는 누군가의 행동이 상처처럼 느껴질 때,

이 책은 조용히 말해줍니다.


“그럴 수 있어. 우리 안엔 다양한 신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까.”


활동지원사 교육 현장에서

이 책을 만나게 된 나의 경험이 소중해서

이 글을 남깁니다.


내가 만난 책,

그리고 그 책을 통해 마주한

나와 사람들의 이야기.


그 이야기를 지금,

조심스레 책꽂이에 꽂아둡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은

때로 신화 속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신비롭고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각자의 ‘내면의 신’과 마주하는

따뜻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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